[사설] 지자체 잇단 갈등, 벌써 내년 지방선거 의식하나

입력 2013-05-14 17:23   수정 2013-05-14 23:18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맞부딪쳐온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이 세력 싸움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토지소유주를 좀 더 배려하는 ‘일부환지 방식’이어야 저비용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강남구는 투기세력에 특혜를 준다며 공영개발을 고수해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시와 구청의 다툼은 토지소유자와 주민 간 대리전으로 비화되면서 개발주도권을 노리는 대규모 도심 집회까지 예정돼 있다. 깨끗한 도시환경을 기대하는 일반 시민들로선 개발 시급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을 놓고 줄곧 대립하는 양쪽의 모습이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시는 개발실무를 담당할 SH공사의 감독기관이고, 구청은 직접 인허가권자여서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이 사업은 한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돼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으르렁거리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도 그렇다. 관련기관 간 합의에 따라 최소한 2016년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사안이다. 벌써부터 두 지자체는 2016년 이후의 운영 문제를 놓고 연장론과 폐쇄론으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구룡마을을 놓고 벌어지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양쪽 주장이 확고하고 장단점 역시 다양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려 있다. 명분이 뚜렷하다보니 대화는 아예 물건너 가고 대대적인 여론전만 벌이는 양상이다. 더구나 이제 11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갈등이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역이슈를 선거 쟁점화하게 되면 자연스레 풀릴 일도 영 꼬이고 마는 것이 다반사다.

쓰레기 매립장 사용 연장 문제도 서울과 인천 시장이 같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긴 해도 ‘시장 이후’를 은근히 내다보면서 한번쯤 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볼 만한 이슈로 점차 둔갑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장으로서는 악취와 분진 때문에 못 살겠다는 인근 청라 주민들의 해묵은 집단민원은 그 자체로 모두 표라고 여길 만한 상황이다. 지역이슈의 선거쟁점화는 결국 행정낭비와 의사결정 지연만 초래하고 말 것이다. 시장과 구청장, 시장과 시장이 차분히 만나면 애당초 싸움거리가 안될 사안들이다. 정치 비용이 지자체로까지 파고 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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