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68)이 14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항소심에서 조 전 청장에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임 전 이사장이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라는 조 전 청장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진실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전주혜)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이사장은 “2010년 봄이나 여름에 지인들과 함께 조 전 청장을 처음 만났다”며 “그해 3월 서울 하얏트호텔 일식당에서 단둘이 만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청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나 차명계좌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며 “차명계좌 얘기는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을 아는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인맥이나 정보력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 전 이사장은 “김경한·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을 알지만 과거 대검 중수부 고위 관계자들과는 교분이 없다”며 “대통령을 독대하거나 정보력이 매우 뛰어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청장은 지난 3년 동안 1년에 한두 차례 만나면서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왜 나를 지목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 전 청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얘기를 한 유력인사로 임 전 이사장을 지목했다. 그는 “2010년 3월31일 차명계좌 발언을 한 강연 며칠 전 임 전 이사장과 단둘이 저녁식사를 하다 들은 그대로를 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당시 하얏트호텔 일식당 예약 자료에 임 전 이사장 이름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사실 조회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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