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면 치매 아내는 어떡해…" 80대 노부부, 車 탄채 저수지로

입력 2013-05-14 17:32   수정 2013-05-15 01:39

치매 아내를 4년 동안 간병해온 80대 할아버지가 아내와 함께 승용차를 몰아 저수지로 뛰어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의 날(21일)을 며칠 앞두고 빚어진 비극에 자식들은 할 말을 잃었다.

14일 청송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국골저수지에 “승용차 한 대가 저수지에 빠져 있다”는 산불 감시요원 정모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20여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수심 3m의 저수지에 빠진 비스토 승용차 안에서 숨진 80대 노부부를 발견했다. 2시간여 만에 인양된 노부부 신원은 이 마을에 사는 이모씨(88)와 부인 채모씨(83)로 확인됐다.

이씨는 자살하기 전 자신의 방에 3형제인 자식들에게 A4용지 1장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미안하다. 이제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너무 힘들다. 내가 죽고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까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씨는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지만 4년 전부터 주로 저녁에 찾아오는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견디기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4년 전 건강검진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그동안 약물치료에 전념했지만 요양원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 할아버지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해왔으며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경우를 항상 걱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사람들은 이 부부의 금실이 좋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족조사 결과 “할머니가 낮에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할아버지의 자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송=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 '아찔한 ××녀' 악성 앱으로 2억 가로채
▶ '동의대 사태' 순직경찰관 추도식…"명예회복에 24년…시위자 사과는 없었다"
▶ 경찰청, '카톡'으로 범죄 알린다
▶ 계량기 천천히 도는 집만…빈집 60차례 턴 40대男 검거
▶ 가짜?사연으로?700회?'경품왕'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