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분리' 움직임 약화…금융위, 이달말 최종안 확정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지 않는 대신 금감원에 설치된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금융위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의 핵심 관계자는 14일 “금감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면 또 하나의 권력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관료들의 자리가 또 생겨나게 된다”며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서 금융산업이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에 그대로 존치하되, 수석부원장이나 부원장급으로 장을 임명해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선임된 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부원장보급이다.
정부 내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올초까지만 해도 금감원을 건전성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로 쪼개야 한다고 주장했던 금융위 분위기는 최근 들어 사뭇 달라졌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지만, 두 기관이 공존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을 쪼개냐 마느냐’의 문제는 부실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독책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2011년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금융위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추진하자 금감원은 강하게 반대했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금감원을 건전성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로 분리해 ‘쌍봉형(twin-peaks)’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보호 구현 △두 기관의 상호견제 △감독권 독점에 따른 부작용 완화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반대편에선 △업무 중복에 따른 혼선 불가피 △금융사의 검사부담 증대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감독 연계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 등의 주장을 폈다.
금융위는 TF가 내놓을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방안을 검토해 이르면 이달 말께 최종적인 정부 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물론 국회가 TF와 금융위가 도출할 개선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속단하기 이르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여전히 금감원을 쪼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데 반해 여당에선 실질적으로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찬반 양론이 첨예했던 만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TF가 마련한 개편 방안을 국회가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서정환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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