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석유 전자상거래시장 참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곳

입력 2013-05-14 17:42   수정 2013-05-15 01:44

7월부터 석유 전자상거래 할당관세 제외…시장개방 1년만에 문닫아

MB정부 기름값 '3종 세트'
유가 안정·세수 부족에 포기




정부가 기름값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을 열면서 수입 석유에 부여했던 무관세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당장 7월1일부터 세금 혜택이 사라지게 돼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이 개장한 지 1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알뜰주유소와 석유 혼합판매 제도도 표류하고 있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름값을 잡기 위해 펼쳤던 이른바 ‘기름값 인하 대책 3종 세트’가 완전히 무력화될 전망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할당관세 품목에서 전자상거래용 수입 석유제품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 개장은 정부가 지난해 3월 치솟는 기름값을 잡겠다며 알뜰주유소, 석유 혼합판매 허용과 함께 내놓은 대책이다. 석유거래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온라인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기름값이 결정되는 구조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3월30일 한국거래소에 개설됐다.

정부는 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7월 전자상거래용 수입 경유 300만배럴과 휘발유 70만배럴에 대해 관세 3%를 6개월간 면제했다. ℓ당 20~25원가량 관세 혜택을 준 것. 때문에 개장 초 하루 평균 16만ℓ(경유 기준)에 그쳤던 거래량은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619만ℓ로 껑충 뛰었다. 정부는 지난 1월 무관세 혜택 적용을 다음달 30일까지 한 차례 더 연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 개장 1년여 만에 관세 혜택을 없애기로 한 것은 최근 유가가 안정을 찾은 데다 세수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 개설 당시 ℓ당 2000원대를 기록했던 기름값은 최근 1800원대로 떨어졌다. 박근혜정부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 부처가 마른 수건을 짜야 할 판이다. 관세 혜택과 함께 ℓ당 16원씩 환급해주는 석유 수입 부과금까지 합하면 전자상거래용 수입 석유에 제공하는 세금 혜택만 연간 4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세금 혜택이 사라지면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정제한 석유의 절반은 해외로 팔려 나간다. 수입 석유가 들어올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결국 세금 혜택 같은 인센티브가 사라지면 수입 거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애초부터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을 무리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국내 기름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야지 수입 석유가 활발하게 들어올 것 아니냐”며 “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정책을 추진해 세금만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과 함께 MB(이명박)정부의 3대 기름값 대책으로 꼽혔던 알뜰주유소와 석유 혼합판매 제도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918개인 알뜰주유소를 1300개까지 늘리기 위해 올해 50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81억원으로 대폭 감액됐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탓에 석유 혼합판매에 나서는 주유소는 전무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효 경쟁과 투명한 가격 유지라는 기본적인 정책 틀은 유지하되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며 “대형 정유사의 전자상거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내에서 정제하는 석유에 대해서도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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