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국문과를 폐지하라구?

입력 2013-05-15 02:09   수정 2013-05-15 18:55

<p>대학생 때 소개팅을 받고 잔뜩 기분이 들뜬 친구가 상대방의 첫 문자를 받자마자 짜증을 냈다. 문자 내용인즉 '내일 어디갈레? 내가 낮을 갈여서 긴장되내 ^^(내일 어디갈래? 내가 낯을 가려서 긴장되네)'이었다. 물론 소개팅남은 그날로 아웃이었다.
▲맞춤법을 자꾸 틀리는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쓴 편지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글 맞춤법, 그 실태에 대해 남다투어 혀를 차고 있는 가운데 배재대학교의 국문과 폐지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폐지의 표면적인 이유는 순전히 '취업률' 때문이었다. 대신 항공운항, 기업컨설팅, 사이버보안학과가 신설된다고 하니 나 같은 국문학도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p> <p>국문과는 인문대의 자존심이다. 오죽하면 안도현 시인이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분노를 표했을까. '취업과 거리가 멀어 '굶는과'로 불리던 시절에도 국문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 대학평가를 내세워 예산을 차별 지급하는 교육부의 대학 줄세우기는 미친 짓을 넘어 대학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p> <p>배재대학교가 그렇게 중요하게 받들어 모신 그 '취업률'을 보면서 게임업계를 떠올려보았다. 요즘은 게임업계는 전통적으로 강자인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이 대세다. '카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돌풍이 세상을 바꾸었다.</p> <p> 온라인 게임은 덩치가 큰 만큼 들어가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반면 모바일 게임은 개발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작다. 투자한 만큼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이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운좋게 인적성 시험으로 대학에 합격한 친구를 바라보는 정시 수험생처럼' 모바일 게임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다.</p> <p>CJ 넷마블이 퍼블리싱하고 씨드나인게임즈가 개발한 '마계촌 온라인'은 오랜 개발 기간만큼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성적표가 낮았다. 5월 14일 게임트릭스 기준으로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p> <p>반면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모바일게임 '다함께 퐁퐁퐁 for Kakao'은 2월 13일 첫 출시 이후 5일 만에 무료게임부문 1위를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5월 14일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최고매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7년간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온라인 게임보다 수개월의 짧은 기간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더 사랑을 받는 이 상황은 아이러니다.
▲ '마계촌 온라인'과 '다함께 퐁퐁퐁'
물론 배재대학교의 국문과 폐지에 대해 전국 대학들이 동참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 한 줄보다, 배를 따뜻하게 하는 동전 한 닢이 세상사 우선 순위가 된 것 같아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언제부터 대학교가 '취업 사관학교'로 변질되어버렸을까.</p> <p>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대 모바일 게임이 폭 넓은 사용자와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게임과 안 친하던 엄마, 아빠가 모바일 게임에 열광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이면 질려버리는(?)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과장을 섞어서라도 '3년을 해도 애정이 더 가는' 온라인 게임이 그립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p>
</p> <p>*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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