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 신동규 농협지주 회장, 왜 물러났나

입력 2013-05-15 13:26   수정 2013-05-15 17:26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62)의 임기는 내년 6월이다. 아직 임기가 1년1개월 남았다. 그런데도 갑자기 15일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농협중앙회와의 끊임없는 갈등 △잇따른 전산사고에 따른 책임감 △새 정부의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물갈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작년 6월 취임한 이후 농협중앙회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지만, 중앙회 통제를 받다 보니 스스로의 자율성이 줄어 들었다. 중앙회에서도 통제를 벗어나려는 신 회장을 곱지 않게 봤다. 일부에서는 중앙회와 신 회장이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계속된 농협의 전산사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각종 사고와 해킹사건에 농협은 어김없이 포함됐다. 농협중앙회와 전산이 연결돼 있어 취약한 점이 근본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농협의 잇따른 전산사고에 곱지 않은 시각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신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근본적으로는 새 정부의 금융 공기업 CEO 물갈이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정부때 임명된 ‘MB맨 금융수장’을 차례로 물갈이하는 차원에서 신 회장도 사의를 표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 회장은 이미 며칠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은 MB정부때 수출은행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잇따라 지냈다는 점 때문에 ‘MB맨’으로 꼽혀 왔다.

새 정부 들어 MB맨 금융수장들은 잇따라 낙마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3월 사퇴했다. 지난 4월 중순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말에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7월 임기를 채운뒤 물러나겠다는 ‘연임 포기 선언’을 했다. 비록 이들의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MB맨 물갈이’ 차원에서 신 회장이 사퇴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이미 나왔다.

신 회장이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방미때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신상에 변화가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왔다. 박 대통령 방미때 금융계에서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 등이 수행했다. 대형 금융지주 회장으로선 유일하게 신 회장이 제외됐다.

금융계에서는 물갈이 폭이 어디에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의 사퇴가 금융공기업 CEO의 물갈이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임기가 7월인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임기를 마친후 물러날 전망이다. 임기가 12월인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임기전 퇴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직 임기가 남은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의 거취도 주목된다.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등 각종 금융협회장의 거취까지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신 회장은 행시 14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수출입은행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작년 6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농협금융이 처한 여러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지주가 새 회장의 리더십 아래 그 설립목적에 걸맞게 잘 운영돼 명실상부한 국내 유수 금융지주회사로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류시훈/김일규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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