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을 비롯한 유럽 석유 대기업들이 원유 가격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조사에 들어갔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C 반(反)독점 적발 조사관들이 영국 BP와 네덜란드·영국 합작사 로열더치셸,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스타토일의 본사를 급습해 원유 가격담합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또 원유 가격정보 제공업체 플래츠의 런던 사무소도 가격 조작에 가담한 혐의 여부에 대해 EC로부터 불시에 압수 수색을 받았다.
플래츠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모회사 맥그로힐의 자회사다. EC는 이탈리아 국영 석유그룹 에니(ENI)에도 자료 조사 협조를 요구했지만, 본사에 직접 찾아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C는 이날 성명에서 “석유회사들이 원유 및 바이오연료 가격 발표를 조작하기 위해 미리 서로 짜고 원자재 가격정보 발표회사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조사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원유의 기준가격이 조금이라도 조작돼서 보고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BP와 로열더치셸, 스타토일은 “EC로부터 가격 담합과 조작에 대해 조사받은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FT는 “유가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진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파문과 같은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의 유가가 유럽에서 가격이 매겨지는 북해산 브렌트유와 연동돼 움직이는 만큼 이번 의혹은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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