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듭되는 靑 - 통일부 엇박자

입력 2013-05-15 17:08   수정 2013-05-16 08:32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지난 14일 오전 통일부 기자실. 정부 당국자와 출입기자들 간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가장 큰 이슈는 잠정 폐쇄단계에 접어든 개성공단 사태였다.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대화 제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국자는 “지금 단계에서 정부가 추가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은 북한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속보로 알려진 것. 당국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확인해보겠다”며 기자실을 떠났다.

이후 약 7시간이 지나고서야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에 공식적으로 실무회담을 제의했다. 앞선 두 차례 대화 제의에 비해 회담 장소와 대표를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추가 제의는 없다”고 했던 통일부의 신뢰성은 떨어졌다.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 통일부 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대북 성명을 발표하며 “대화 제의라기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청와대가 “대화 제의가 맞다”고 뒤집었다.

같은 달 14일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측의 대화 제의는 빈껍데기”라고 한 데 대해 통일부는 “우리 제의에 대한 전면 거부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청와대는 8시간 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대화 제의 거부’라고 규정했다.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대북 대화 제의 과정에서 벌써 세 번이나 ‘물을 먹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넘기기 어렵다. 대북정책과 관련, 청와대는 ‘one voice(한목소리)’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대북정책에 대한 발표와 설명은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는 번번이 청와대가 먼저 나서고, 통일부가 뒤를 따라가는 형식을 띠고 있다. 남북 간 작은 신뢰를 통해 큰 신뢰를 쌓는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전에 청와대와 통일부 간 신뢰 쌓기부터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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