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투자자 또 봉으로 삼자는 코스닥 개편

입력 2013-05-15 17:24   수정 2013-05-16 08:33

정부가 벤처·창업기업의 자금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코스닥시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상장 요건을 완화해 진입 문턱을 낮추고, 퇴출기업을 솎아내기 위해 상장 유지 자격을 엄격하게 따지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도 쉽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관련한 공시의무를 완화해주는 내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코스닥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쉽게 하고, 웬만해서는 퇴출되지도 않는 방법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몇 차례고 보아왔던 낡은 정책이다. 주식을 파는 쪽만 생각하고, 주식을 사는 쪽은 안중에도 없다. 코스닥은 개인 비중이 90%나 된다. 이들의 돈을 털어 벤처 자본 회수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취지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는 어떠한 대책도 존재할 수 없다. 벤처 거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닷컴이니 IT니 하는 이름만 붙여도 ‘묻지마 투기’ 바람이 일었던 게 불과 10여년 전이다. 아이를 업은 주부들이 객장에 몰렸고, 정치권과 조폭 자금이 활개를 쳤다. 심지어 조폭들은 회계사 사무실을 점거한 채 감사의견을 불리하게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우량한 코스닥기업들은 머니게임이나 하는 기업으로 오인받는 게 싫다며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갔다. 코스닥지수가 한창 때의 4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고 재산을 잃은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난 것은 그 귀결이었다. 벤처기업도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지 주식 팔아 돈을 벌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게 기업의 본질이다.

한국거래소가 2009년 이후 좀비기업과 한계기업을 78개사나 퇴출시키고,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등 물관리를 한 끝에 코스닥시장이 그나마 존속했다. 그래도 지금 코스닥지수는 기준치(1000)의 반토막을 간신히 버틸 뿐이다. 이제 겨우 시장을 정돈했더니 다시 거꾸로 가자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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