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점포 점장
성장동력 확보 등 과제
홈플러스 1호 점포인 대구점이 개점 1주년을 맞은 1998년 9월. 당시 홈플러스를 운영하던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의 이승한 대표는 도성환 대구점장에게 구두를 선물했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였다.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신임 점장에게 구두를 선물하는 것은 홈플러스의 전통이 됐다. 첫 구두의 주인공이 15년 세월을 지나 홈플러스의 새 CEO가 됐다.
홈플러스는 15일 도성환 사장(57·사진)이 신임 CEO로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 CEO가 교체된 것은 199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도 사장은 이날 인천 무의도 홈플러스 연수원에서 창사 14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열린 취임식에서 “고객, 임직원, 협력사, 지역사회가 함께 크는 행복한 성장을 이뤄 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직원과 고객의 행복(happiness) △함께 더 좋은 것을 만들어 가는 조화(harmony)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humanism)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hope) 등 ‘4H’를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도 사장은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유통부문 인사팀장과 대구점장 등을 지냈다. 홈플러스가 삼성물산에서 분리된 뒤로는 물류부문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쳤다. 홈플러스 CEO가 되기 직전에는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말레이시아법인 대표이사를 맡았다.
도 사장은 영업점장과 본사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일찌감치 홈플러스의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됐다. 점장 시절 대구점을 전국 대형마트 매출 1위 점포로 성장시켰고 홈플러스가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대표를 맡아 연 2000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홈플러스의 한 직원은 “도 사장은 조직 내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고 말했다.
도 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전임 CEO인 이승한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 대표 기간을 포함해 16년간 홈플러스를 이끌었다.
업계에서 ‘오너 같은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 회장은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왕효석 전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와 김신재 전 홈플러스 부사장 등 도 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들이 최근 퇴임한 것도 도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침체와 정부 규제를 극복하고 새 성장동력을 찾는 일도 도 사장의 과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4% 줄었다. 홈플러스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처음이었다. 매출 감소는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편의점인 ‘홈플러스 365’를 29개까지 늘리며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점포 수가 적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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