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고 꽃길 걷고…'힐링 미술관' 등장

입력 2013-05-16 17:06   수정 2013-05-16 23:41

원주 한솔뮤지엄 개관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 두 예술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연친화적이며 빛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현란한 장식으로 관객을 현혹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방문객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안도는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만으로 자연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터렐은 기하학적 공간 속에서 빛과의 대화를 유도한다.

16일 개관한 강원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 내 한솔뮤지엄(관장 오광수)은 이 두 위대한 현대예술가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미술관 겸 박물관이다. 7년간의 준비 작업 끝에 20만평의 대지 위에 모습을 드러낸 한솔뮤지엄은 상처받은 도시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쉼터를 마련해준다는 취지 아래 설립됐다.

패랭이꽃이 널린 플라워가든과 일본풍의 정원미학을 구현한 물의 정원을 지나 마주치는 미술관 본관에는 종이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페이퍼갤러리,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수집한 컬렉션을 엄선해서 꾸민 ‘청조(이 고문의 호)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페이퍼갤러리에는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36’ 등 국보급 전적을 비롯 제지 및 인쇄문화사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청조갤러리에는 백남준 정규 이중섭 박수근 이쾌대 등 근현대 대가급 작가들의 명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스톤가든 한쪽에 자리한 제임스 터렐관에서는 라이트 아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구름 속을 걷는 듯한 체험을 통해 명상을 유도하는 ‘겐지스필드’,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만나 연출하는 색조의 향연이 인상적인 ‘스카이스페이스’ 등 네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은 터렐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상설전시관이다.

초대 관장으로 위촉된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도시문명에 찌든 사람들에게 자연체험을 통한 치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뮤지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공공미술관이 전무한 강원도의 현실 속에서 지역민과 상생하는 미술관으로 가꿔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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