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주연 엄정화 "유괴당한 모성 연기 혼신…감정 스펙트럼 보여줄 것"
'미나문방구' 주연 최강희 "소통 단절된 아버지와 화해 과정 그려냈죠"
톱스타 엄정화(44)와 최강희(36)가 영화 흥행 대결에 돌입했다. 두 여배우가 주연한 ‘몽타주’(정근섭 감독)와 ‘미나문방구’(정익환 감독)가 16일 전국 600여개 스크린에서 나란히 개봉한 것. ‘몽타주’는 딸이 유괴·살해당한 엄마가 15년 동안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다. ‘미나문방구’는 추억의 문방구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휴머니즘 드라마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진 후 딸이 문방구 주인 역할을 하며 소동이 일어난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영화에 출연한 엄정화와 최강희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몽타주’ 주연 엄정화
“‘미나문방구’는 흥미로운 경쟁 상대예요. 어린이가 나오는 따뜻한 영화라죠. 최강희 씨가 출연하면 늘 재미있으니까 볼 만할 거예요. 하지만 ‘몽타주’는 진짜 드라마틱한 이야기여서 통쾌함을 줄 거예요. 15년의 공소시효 제도가 과연 필요한지도 묻습니다.”
엄정화는 ‘오로라공주’(2005년) 이후 8년 만에 아이를 잃은 애끓는 모성애를 연기했다. 두 영화의 배역은 실제 부모처럼 가슴이 아팠고, 촬영이 끝나도 상처가 오래도록 남는다고 했다.
“‘오로라공주’에서는 아기를 잃은 엄마가 복수에 직접 나섰다면, ‘몽타주’에서는 아이를 잃은 뒤 15년간 피폐해진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어요. 이번에는 모성 연기를 하면서 감정의 끝까지 가봤어요. 어린이라는 존재와 심적으로 솔직하게 만나면서 눈물을 쏟고 해소와 위안을 경험했어요.”
미혼인 그녀는 내달이면 고모가 된다. 올초 결혼한 남동생 엄태웅이 아기를 낳을 예정이다.
“작품을 하나 하면 1~2년씩 후딱 지나가요.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더군요. 하지만 혼자 살고 싶지는 않아요. 너무 외롭거든요. 그런데 괜찮은 남자를 만나는 게 정말 어려워요. 남자들도 나이를 먹으면 여자에게 정성을 쏟기가 귀찮다고 하더군요.”
가수 출신인 그는 조용필처럼 무대에 다시 설 계획이다.
“조용필 선배님을 보면서 ‘역시 멋있고 값진 건 언제든지 제값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차근차근 준비해 멋진 무대를 만들 거예요.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말을 들으면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미나문방구’ 주연 최강희
“괜찮은 경쟁이 될 거예요. 두 영화의 색깔이 너무 다르니까요. 이것을 본 사람이 저것도 볼 수 있어요.”
최강희는 그동안 ‘왕대박’스러운 시나리오도 많았지만 유독 ‘미나문방구’ 각본에 끌렸다고 회고한다. 자극적인 시나리오들은 공감이 하나씩 부족했지만 ‘미나문방구’ 각본은 유년기를 떠올리며 자신을 힐링(치유)시켰다고. 그녀는 촬영하는 동안 하루 종일 미나문방구의 캐릭터에 몰입했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 자신은 장면 연기 자체보다는 감정을 준비하는 데 공력을 쏟았다고 한다.
“정익환 감독은 20대 여자들의 얼굴에 화가 많이 나 있는 것을 보고 치유해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연출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제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지금은 안 계신 아버지와도 화해했어요.”
최강희는 20대 초반에 돌아가신 부친과 생전에는 싸우지조차 않았다고 한다. 완전히 단절됐으니까. 아버지는 밥상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나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극중에서 딸이 아버지의 본심을 차츰 알게 되면서 소통하게 된다. 영화 ‘애자’(2009년)에 출연하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면,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화해했다는 설명이다.
“차기작부터는 이미지를 바꾸려고 해요. 엉뚱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너무 오랫동안 굳어졌어요. 저는 원래 밝고 명랑한 편이 아니지만 연기하면서 건강해졌어요. 어린 느낌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밝은 에너지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쓰자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저도 사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게 불편해요.”
그는 한때 연기가 너무 힘들어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민하는 시간이 자신을 조금씩 발전시키면서 이 자리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연기란 제게 새로운 인생과 꿈을 줬어요. 어두웠던 저를 밝게 해줬고요. 앞으로 변모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글·사진=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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