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제주 쇼핑'] "니하오! 제주 부동산"

입력 2013-05-16 17:18   수정 2013-05-17 00:41

주택 단순 매입서 '직접 개발'로 중국인 '큰손' 투자 트렌드 변화

중국인 상점 밀집한 바오젠거리…가게 권리금 1억원 넘기도
복합리조트 라온프라이빗 타운…외국인 구입 80%가 중국인
中 녹지그룹, 제주 현지법인 설립…서귀포 일대에 헬스케어 타운 조성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성산포 해양관광단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이곳에선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오삼코리아가 휴양용 콘도 등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임응호 오삼코리아 부사장은 “콘도 인근에 있는 성산일출봉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여서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10월 콘도가 완공되면 많은 중국인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머니’에 제주 부동산시장도 활기

제주 부동산시장에 ‘차이나 머니’가 몰려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공사가 시작된 곳 이외에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진행 중인 곳을 합하면 제주도에 투자한 중국 자본은 8개 사업장, 3조152억원(투자계획액 기준)에 이른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화교권 국가까지 합하면 투자 규모는 5조4938억원 선이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서귀포시 예래마을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2조3992억원, 중국 녹지그룹의 헬스타운 조성사업 1조1000억원, 중국 흥유개발의 차이나비욘드힐관광단지 개발사업 7410억원 등이다. 2008년까지 제주도에 대한 중국 자본 투자가 전무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중국인이 보유한 제주도 땅도 급증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인은 1241억원(공시지가 기준)어치 제주 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취득 건수(필지 기준)도 1548건으로 처음으로 미국(1298건)을 앞질렀다. 제주도에 ‘중국 돈’이 몰리는 것은 2008년부터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입국이 허용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다 5억원(50만달러) 이상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2010년부터 시행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매년 40~50% 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와 중국 간의 항공기 운항편수는 지난해 4670편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인 러시로 제주 부동산시장도 덩달아 호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공동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이 0.3%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인을 상대로 화장품 홍삼 의류 등을 파는 상점들이 밀집한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주시 구도심의 대표적 상권인 칠성로 상점가도 작년 하루평균 매출이 2억6000만원(제주도 조사)으로 전년의 2억4000만원에 비해 8.3% 증가했다. 신애복 바오젠거리 상가 번영회장은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상권이 커졌다”며 “영업이 잘되는 가게는 권리금이 1억원에 달해 2~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단순 구입에서 디벨로퍼로

지난달 완공돼 입주에 들어간 제주시 한림읍 재릉지구의 복합리조트 단지 ‘라온프라이빗 타운’.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분양된 콘도 275채 가운데 중국인이 80% 정도를 구입했다. 좌승훈 라온레저개발 부장은 “중국인 투자이민자들은 개인 소유를 선호해 콘도도 단독으로 분양받는다”며 “홍콩부터 오지인 네이멍구 어얼둬쓰까지 중국 전역에서 구매자들이 온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최근에는 단순 부동산 구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디벨로퍼로 나서 대형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콘도와 호텔 외에도 박물관·생태테마파크(백통신원 리조트), 지역특산물 판매장(토평 농어촌관광휴양단지), 해양레포츠센터(성산포 해양관광단지) 등을 건설해 중국인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리조트와 상업위락시설 개발에서 벗어나 헬스케어 등 투자 대상도 다양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되는 헬스케어타운은 중국 기업의 투자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녹지그룹은 작년 10월 제주에 현지 투자법인을 세우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헬스케어타운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곳은 2015년까지 1~3단계 과정을 통해 의료 연구개발(R&D)센터, 휴양문화시설, 숙박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지현 JDC 투자전략처 차장은 “대부분 중국 투자사업장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투자가 가시화되면 고용 창출은 물론 지방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도 차원에서도 중국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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