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고 되새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내게도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 꽤 여럿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음악’과의 인연을 첫 번째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음악과의 만남은 지극히 일상적으로 시작되었다. 담 너머 세상에 호기심을 느끼기 전, 이미 집안 가득 클래식 음악이 신선한 공기처럼 울려 퍼졌고, 밥 먹고 학교 가는 것과 다름없는 일상으로 만났다. 그 속에서 숨쉬고, 생각하고, 흉내내고, 그들처럼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보기도 하는 막연한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정말 하루 세 끼 밥처럼 거를 수 없는 질긴 인연으로 내게 남아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1주일 정도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한 날, 아홉 살 나이에 피아노로 무료한 날들을 채우고 있을 때 외할머니께서 찬송가 멜로디를 가르쳐 주셨던 기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요, 하나님의 섭리였다. 워낙 이른 만남이었고, 워낙 아름다운 것과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담 너머 세상을 구경했을 때는 이미 웬만한 것에는 매력을 못 느껴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난 음악이 끌고 가는 숱한 인연에 시달려야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 경쟁을 치르고 칭찬과 박수 속에 미움과 질투도 만나야 했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 속에 좌절의 눈물로 몇날 며칠 햇빛을 바라볼 수 없던 날도 견뎌야만 했다.
그러나 바흐와 베토벤을 만나 벅찬 가슴에 잠 못 이룬 날들의 감격과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 속에 푹 파묻힌 날들의 행복은 아무리 되새겨도 조금도 퇴색하지 않는 신비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인연도 필요치 않다고 감히 소리치면서 내 삶을 지탱해 주었다.
무대에서 만나는 청중과의 인연이 소중하다고 느낀 것은 꽤 오래 지난 뒤였다. 어린 시절엔 잘 가꾸어낸 내 음악을 많은 관중에게 보란 듯이 자랑하는 게 연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 연주를 찾아와 주고 내가 전하고 싶은 음악 세계를 찾아 감동을 나눠주는 청중과의 만남은 단 그것이 한 번이라도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 인연들에 가슴 설레고 있다. 외롭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소리’로 주고받는 영혼의 대화가 계속되면서 내 음악의 아름다움과 내가 그려내는 삶의 세계에 서서히 다가와 뜨거운 마음으로 물결지어 전해질 때, 나는 놓칠 수 없는 그들과의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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