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헬싱키 유니세프 총회서 받은 환대

입력 2013-05-16 17:30   수정 2013-05-16 23:07

20세 성년 된 유니세프한국委 …작년 지원금 순위 4위로 성장
국격 높이는 질적 성숙 꾀할 때

오종남 <유니세프한국委 사무총장·객원논설위원 joh1178@hotmail.com>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핀란드 헬싱키에서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국가위원회 연차총회가 열렸다. 지난달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봉사하기 시작했으니 필자로서는 첫 인사를 하는 총회였다.

첫날, 토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가 주최하는 환영 리셉션에서 세계 각국의 회장, 사무총장들이 필자에게 다가와 유난히 반가운 얼굴로 자기소개를 하며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한국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무슨 까닭일까. 지난해 한국위원회가 세계 36개 국가위원회 가운데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유니세프에 대한 기여금(개발도상국 지원금) 순위가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이 기여금 순위 4위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과 20년 전까지는 도움을 받던 나라였다는 점이다.

1950년 3월25일 유니세프는 두 살도 채 안 된 신생독립국 대한민국과 기본 협정을 체결하고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구호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6월25일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한국에서의 유니세프 구호활동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1993년 말까지 40여년간 유니세프가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23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1월1일 주한 유니세프 대표부는 한국에서 철수하고, 다른 나라 어린이에게 도움을 주는 국가위원회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출범했다. 그 이후 새롭게 국가위원회가 탄생한 예가 없으니 한국위원회는 국가위원회 가운데 막내인 셈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설립 첫 해 351만 달러의 기금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2005년에는 지원금 규모가 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009년에는 2000만 달러를 넘어 처음으로 유니세프 내 기금 순위 10위에 올랐다.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계속해, 2011년에는 7위, 지난해에는 7639만 달러로 4위를 달성했다. 막내인 한국위원회가 나라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급성장한 만큼 세계의 기대와 관심 또한 크게 늘어났다. 새로 사무총장을 맡은 필자로서는 다른 각국 위원회로부터의 칭찬과 격려에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기부자들과 만나게 된다. 기부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돈의 상당 부분이 결국 직원들의 월급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또 하나는 한국에도 어려운 어린이가 많은데 왜 꼭 남의 나라 어린이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위원회가 할 말이 있다. 기부금 가운데 직원들의 급료로 들어가는 돈은 5%를 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필자도 한때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기부자들이 보내준 돈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 어린이에게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우리가 어렵던 시절 유니세프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이 있을까. 당시 우리를 돕던 나라에는 어려운 어린이가 없었을까. 또 지금 한국의 어려운 어린이는 국가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잘살게 됐지만 가난한 나라는 어린이를 위해 쓸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기가 낸 후원금이 어떤 어린이를 위해 쓰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위원회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후원자 수는 현재 32만명이 넘는다.

내년 1월1일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20세 성년이 된다. 지나온 20년간 세계가 주목할 만큼 성장했다. 앞으로 20년은 질적으로도 성숙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후원자들이 기부한 돈이 쓰임새에서도 국격을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유니세프에 우리 한국인의 진출을 늘리고 우리 위원회 직원들이 직접 구호 현장에 동참할 수 있다면 개인의 능력계발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오종남 <유니세프한국委 사무총장·객원논설위원 joh117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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