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계 부품 12만개…수백단계 넘게 검사
스위스 쥐라산맥 남동쪽 프랑스 국경 인근에 있는 르로클(Le Locle).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작은 도시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의 도시’다. 몽블랑 롤렉스 등이 이곳에서 시계를 생산한 것은 17세기 후반부터다. 시내 곳곳에 시계박물관 시계학교 등이 세워져 있는 이곳은 2009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곳에 자리잡은 스와치그룹의 티쏘(Tissot)는 16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시계 브랜드. 연간 500만개씩 세계 160개국으로 실려나가는 스위스 시계 산업의 중추 브랜드다.
◆시곗줄만 1만번 검사
15일(현지시간) 생산공장 안에 들어서자 작업자들 사이로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품질 테스트를 하는 12명의 전문가다. 이들은 20~30년씩 근무한 베테랑이다.
매일 12만개의 부품과 2만개의 완제품 시계에서 불량품을 찾아낸다. 시곗바늘 동력장치 시곗줄 등 주요 부품은 기계로 1차 품질을 검사한다. 물속에 빠졌을 때, 극한의 온도에 노출됐을 때 등 여러 환경을 가정한 다양한 검사가 부품별로 이뤄진다. 인장강도가 중요한 시곗줄은 1만번가량 반복해서 검사할 정도다.
검사를 통과한 부품은 조립라인에서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조립한 시계가 잘 돌아가는지, 먼지가 끼진 않았는지 등을 최종 검사하는 것은 12명의 전문가 몫이다. 시계 하나가 나오기까지는 이처럼 수백 단계의 검사 과정을 거친다. 이브 바렛 티쏘 트레이닝 매니저는 “시계를 들어보거나 태엽을 감아보기만 해도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전문가들”이라며 “평균 100개 중 4개 정도가 걸러지는데 이는 바로 소각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연 20%씩 성장
티쏘는 스와치그룹 내에서 오메가 론진과 함께 핵심 브랜드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50만~80만원)으로 인기가 높다. 작년 12월엔 까다롭기로 유명한 러시아 모스크바에 1호 부티크(단독매장)를 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공식 타임키퍼 자리도 따냈다.
티쏘가 올해 내놓은 ‘파워매틱 80’은 태엽을 한번 감으면 80시간 동안 작동하는 기능을 갖춰 이달 초 열린 스위스 바젤 시계박람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티쏘는 또 기존 모델보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뉴 PRC200’도 내놨다.
베젤(테두리)의 두께를 줄이고 다이얼(문자판)을 더 커보이게 만들어 시간을 더 또렷하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인덱스(시간을 알려주는 숫자)를 야광 처리해 어두울 때도 잘 보인다.
크로노그래프(시간 속도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 모델은 속도 측정 기능(타키미터)과 날짜창이 달려 있다. 200m 방수 기능을 갖춘 쿼츠(배터리로 작동하는 전자식 시계) 제품으로 국내 판매가는 50만~80만원대. 지난해 티쏘의 국내 매출은 300억원대로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르로클=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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