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대변신…"M&A 대신 인프라·부동산"

입력 2013-05-17 16:54   수정 2013-05-18 01:17

'바이아웃' 비중 절반이상 줄여
댐·정유시설 등 투자 다각화



아프리카 우간다를 가로질러 수단으로 흐르는 백나일강 인근 부자갈리에 최근 거대한 수력발전 댐(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20년에 걸쳐 완공된 이 댐은 앞으로 동아프리카 전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댐의 주인은 공기업도, 에너지 대기업도 아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미국 블랙스톤그룹이다. 블랙스톤그룹은 우간다 댐 건설에 9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75%를 확보했다. 현재 댐 지분의 가치는 1억2000만달러. 블랙스톤그룹은 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순익의 19%를 가져가기로 했다.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바이아웃’으로 10여년간 짭짤한 수익을 올려온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투자 DNA를 바꾸고 있다. 댐, 철도, 정유시설 등 인프라 투자나 대형 주거단지 건설, 해양 정유 운송시설 투자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

지난 10년간 블랙스톤그룹 아폴로글로벌, 칼라일그룹 등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굴리는 돈의 규모는 5~10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바이아웃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씩 줄었다. 블랙스톤그룹은 49%에서 24%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87%에서 34%로, 칼라일그룹은 75%에서 31%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95%에서 64%로 떨어졌다.

사모펀드 업계가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건 선진국과 주요 신흥시장에서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고 경쟁사들이 많아진 탓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해밀턴 토니 제임스 블랙스톤그룹 회장은 “사모펀드들은 지난 몇 년간 격변의 시간을 보내왔다”며 “투자 미개척지를 찾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했다.

투자 미개척지를 찾다 보니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칼라일그룹은 지난해 ‘서브 사하라 아프리카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탄자니아 농작물 무역회사인 엑스포트트레이딩그룹(ETG)을 선정, 이 회사에 2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칼라일은 이 펀드의 투자액을 5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업계의 부동산 투자도 활발하다. KKR은 지난 3월 5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출범하기로 했다. 2011년 골드만삭스 출신의 랄프 로젠버그를 영입해 부동산 부문을 신설, 지금까지 6억5000만달러 규모의 부동산 관련 거래 10건을 성사시켰다. 블랙스톤그룹의 부동산 사업은 총 자산 2200억달러 중 570억달러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세계적으로 총 133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다.

WSJ는 사모펀드의 사업 다각화가 활발하지만 최근 블랙스톤그룹의 델 인수전 사례에서 보듯 바이아웃은 사모펀드의 핵심 사업일 수밖에 없다며 바이아웃펀드 투자 비중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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