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10배 많은 땀에 '눈치'…액취증 동반 땐 암내 최악
10분 걸리는 보톡스 요법, 부작용 없고 6개월 효과
반영구적 '미라드라이 치료', 3개월 지나면 60% "땀 안나"
평소 땀이 많은 직장인 이윤식 씨(33)는 요즘 출근 10분 전 겨드랑이에 파우더와 땀 억제제인 데오드란트를 바르고 집을 나선다. 그는 겨드랑이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이른바 ‘액와다한증’ 환자다. 이씨는 “출퇴근 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많은 사람들과 붙어서 갈 경우 혹시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무더위로 민소매나 얇은 티셔츠를 입기 시작하는 계절이 찾아오면서 손과 발, 겨드랑이 등에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多汗症)’ 환자들의 걱정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축축하게 젖은 겨드랑이와 손발의 땀 자국으로 곤란을 겪는 것은 물론 함께 풍기는 ‘액취증(암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인 100명중 1명은 다한증 환자
땀은 자율 신경계를 통해 체온을 조절해 주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다한증 환자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정상인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땀을 흘린다.
특히 에크린과 아포크린으로 구성돼 있는 땀샘 가운데 피지선과 연결돼 있는 아포크린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땀이 털이나 피부에 붙어 있는 세균에 의해 지방산과 암모니아를 발생시킬 경우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지난해 아름다운나라피부과가 성인 남녀(19~57세)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명 중 1명(19%)이 ‘겨드랑이 땀과 냄새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보통 건강한 성인의 1% 정도가 다한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땀이 많은 까닭에 다한증 환자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한증은 국소 다한증과 전신 다한증으로 나뉜다. 국소 다한증은 부분적으로, 전신 다한증은 전신에서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다. 이 원장은 “국소 다한증의 경우 주로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안면부 등에 잘 나타나는 반면 전신 다한증은 당뇨나 저혈당, 울혈성 심부전, 갑상샘 항진증 등과 연관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온몸에서 과도하게 땀이 많이 나는 경우 대사성 질환이 동반되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 효과 보려면 ‘보톡스 요법’
다한증 치료의 기본은 땀 분비를 막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교감신경 절제술, 보톡스 요법 등을 쓴다. 이 중 보편적인 방법이 ‘교감신경 절제술’이다. 그러나 신경기능 차단으로 인해 땀이 전혀 나지 않거나 수술 부위 외에 다른 곳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한 번 차단한 교감신경은 회복시킬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보톡스 요법은 주로 표정 근육에 주사해 주름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땀 분비 억제 작용도 뛰어나다. 우선 요오드와 녹말을 이용해 해당 부위의 색이 변하는 정도로 땀의 양과 범위를 파악하는 요오드전분반응검사를 한 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입한다. 이때 보톡스 성분은 땀을 분비시키는 말초교감신경에서 나오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한다. 겨드랑이뿐 아니라 손바닥 다한증 치료에도 많이 사용된다.
보톡스는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기타 다한증 치료법과 비교해 시술 방법도 간단하고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보톡스 치료로 다한증 환자의 땀 분비량이 85% 줄었다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시술 시간은 10~15분이다. 시술 후 1~2주일이 지나면 땀이 줄어든다. 단 1회 주사로 6개월 정도만 효과가 지속된다.
○수술 없는 반영구적 치료 ‘미라드라이’
그동안은 땀샘을 파괴하는 수술적 방법 이외에는 영구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엔 수술을 하지 않고도 땀샘을 파괴시키는 ‘미라드라이 치료’가 개발돼 각광받고 있다. 미라드라이 치료는 전자레인지에서 사용되는 300㎒~300㎓ 사이의 주파수를 가진 극초단파(microwave)를 이용해 피부 표면에 손상을 주지 않고 겨드랑이 속 땀샘을 파괴시키는 치료방법이다.
이 원장은 “땀샘은 진피와 지방층 사이의 경계 면에 분포하는데 미라드라이는 이곳에 극초단파를 조사해 피부 속 물 분자의 진동을 일으켜 발생된 열로 땀샘 세포를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국소마취를 하고 20~30분 정도 시술 후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수술이나 절개를 하지 않아 흉터나 피멍 형성, 신경손상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으면서도 반영구적으로 땀샘을 제거하는 안전한 시술이라고 이 원장은 전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13명의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20~52세)를 대상으로 미라드라이 치료를 실시했다. 시술 3개월 뒤 시술 환자의 61.5%가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땀이 나지 않지만 긴장할 때 약간의 땀이 난다’고 응답한 환자는 30.7%였다. 병원 측은 미라드라이 시술 6개월 뒤 조직 검사를 시행한 결과 시술 전 진피층에 있는 땀샘이 시술 후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생활 속 다한증 예방법은
다한증 예방이나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선 평소 카페인 성분을 함유한 커피, 홍차, 에너지 음료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 술도 마찬가지다. 특히 비만은 땀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평소 일상에서의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이 원장은 “자극적인 음식은 발열 효과가 있어 다한증 증상을 더욱 심해지게 한다”며 “다한증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맵고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깨끗한 물로 피부를 씻어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도움말=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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