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조선·화학등 대형 수출주는 피해 불가피
엔화 약세가 한국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하반기에는 누그러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상반기 엔화 약세에 따른 일부 업종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대형 수출주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거나 엔화 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어느 정도 엔화 약세 수혜가 기대된다.
○6월까지 관망 권고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가치 하락세가 멈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에 미칠 악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엔화 약세 문제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도한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 팀장은 달러당 105엔 정도가 시장에서 적정하게 받아들여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저 현상은 추세적 흐름이 됐지만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 증시도 당분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한국 증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장기 박스권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대응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지금 장세에서 적극 매수나 매도에 나서기보다 외국인 수급 및 엔화 약세 속도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장세 대응전략으로는 ‘6월까지는 관망’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엔저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와우넷 전문가 모이스톡의 홍은주씨는 “상당 기간 엔저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영향은 지금 예상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달 추경이 통과되면 경기부양 기대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와우넷 전문가 박완필 대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중기 저항권은 1만5000~1만6000”이라며 “일본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엔화 약세 등에 힘입어 최근 상승세를 타며 지난주에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만5000선을 돌파했다.
○엔저가 괴로운 피해주
엔저 피해 업종과 종목에는 상당수 대형주가 포함된다.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대형 수출주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일본 기업들과 세계시장을 놓고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추가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에선 이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점을 들어 치명상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 팀장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면 한국 기업의 연간 수출이 전년 대비 3% 줄어들 것”이라며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기업이 투자에 나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구조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엔저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자동차, 철강 업종 등은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아직은 엔저 피해가 아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 엔저 피해주인 현대차는 이달 들어 1.75%, 기아차는 0.36% 하락했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저 현상에도 현대차 등의 판매 실적이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출 추이는 양호한 편이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와우넷 전문가들도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의 부진을 우려했다. 홍씨는 “특히 우려되는 업종은 경기 불황으로 실적이 저조한 조선, 해운 업종”이라고 했다. 초심 박영수 씨는 자동차 업종이 가장 큰 피해주라고 지목했다. 박씨는 “IT 기업의 경쟁력은 독보적인 반면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며 “자동차 업종의 실제 실적이 양호했다 해도 엔화 약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엔저가 반가운 수혜주
엔저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은 적긴 하지만 존재한다. 주로 엔화 부채가 많거나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들이다. 안 리서치센터장은 “엔저 수혜주는 원화 강세로 원자재 부담이 줄어든 기업과 내수 음식료 기업”이라며 “한류 수혜 엔터테인먼트주나 일부 게임주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기계업체,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와우넷 전문가 한옥석 소장은 “신도리코의 경우 원재료 일본 수입의존도가 40%여서 엔저에 따른 수입원가 하락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한국전력 역시 엔화표시 부채가 많아 수혜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본 부채가 많은 포스코, 롯데쇼핑 등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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