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들 빚더미서 '허우적'…사업밑천 선박 발주 2년째 '無'

입력 2013-05-19 16:48   수정 2013-05-19 23:53

'수출 핏줄' 해운업에 수혈 시급

국적 선사 무너지면 운송 대란…조선·철강·기계까지 도미노 위기
2조 해운보증기금 설립 서둘러야



“지금처럼 새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황이 살아나도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한국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해온 국내 해운사들이 위기에 빠졌다. 업황 악화에 따른 자금난으로 선박 제작을 주문하는 ‘신조선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업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싼 지금이 새 선박을 확보할 적기인데도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해운사들은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수출입 화물의 99%를 수송하는 해운업이 무너지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해운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아직까지 단 한 척의 신조선 발주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조선 발주 ‘제로’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고,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새 선박이 필요하다. 2, 3년 뒤에 인도받을 배를 지금 주문해놓고 시황 개선에 대비해야 한다. 해외 업체들은 불황인 지금을 노후 선박 교체와 신형 선박 확보의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 2위 해운사인 차이나시핑컨테이너라인(CSCL)은 이달 초 현대중공업에 전 세계 최대인 1만84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

한국 해운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현대상선 5척, 한진해운 2척, STX팬오션 2척 등이 발주 예정이지만 용도가 모두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의 유연탄 수송으로 한정돼 있다. STX팬오션이 2010년 37척까지 발주했던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해운사들의 현재 재무 상태로는 신조선 발주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한진해운 2500억원, 현대상선 2800억원, STX팬오션 2000억원 등이다. 올 들어 각사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어렵사리 2000억~3000억원씩을 갚고 남은 금액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99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의 실적 악화로 자금이 바닥났다. 특히 STX팬오션은 산은PE로의 매각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속한 정책 지원 필요

중국의 수출입 물량이 연 20%씩 급증해 해운사를 구하기가 힘들었던 2000년대 중반에도 한국 수출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한국 국적 해운사들이 운송량을 우선 배정해줬기 때문이다.

국적 선사는 국가 기간산업의 윤활유다. 국적 선사가 사라져 해외 선사를 이용하게 되면 운임 협상력이 떨어지고, 운송량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할 수 있다. 한국 선사들은 원유, 철광석,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략 물자의 대부분을 수송한다. 해양수산부는 전쟁 상황을 대비해 78척의 ‘국가필수선대’를 운영 중이다. 민간 선박들은 전시가 되면 군수 물자를 실어나르게 된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선 것도 건조 물량을 몰아준 해운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연계된 철강, 기계 등의 업종 파급 효과 및 고용 효과도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해운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조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금은 설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산 배정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설립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기금은 관련 부처의 합의를 전제로 빨라야 내년 초에 만들어질 수 있다”며 “올해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욱진/김대훈/김우섭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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