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용인하는 현대차…엔지니어 최고의 일터"

입력 2013-05-19 16:53   수정 2013-05-19 22:38

발명의날 철탑훈장 받은 김윤석 현대차 책임연구원

1995년에만 특허 100개 이상…국내외 출원건수 800개 넘어



“엔지니어들의 꿈은 임원이 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는 게 최고의 행복이죠.”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8회 발명의 날(5월19일) 기념식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김윤석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48·사진)의 꿈은 소박했다. 김 연구원은 엔진, 재료, 섀시 등 자동차 분야에서 수백건의 특허를 출원한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차 연구원으로는 처음으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일 만난 김 연구원은 수상 소감을 묻자 “혼자서 이룬 성과가 아니다”며 “현대차 남양연구소(경기 화성)에서 묵묵히 맡은 업무를 다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궈낸 결실”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경쟁상대를 이겼을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런 자부심으로 일하는 엔지니어가 많다는 게 현대차의 숨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에서 ‘발명계의 전설’로 통한다. 지금까지 낸 특허만 국내 출원·등록 360개, 해외 출원·등록 90개 등 450개에 이른다. 특허개발과 관련해 사내에서 받은 상만 12개다. 발명 락(樂)동아리를 만들고, 아이디어 경진대회 심사위원을 맡는 등 특허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특허에 관심을 가진 건 1989년 현대차에 입사한 직후부터다.

“남양연구소로 발령난 뒤 처음 받은 업무가 독일 보쉬와 지멘스 특허를 번역하는 일이었어요. 지식재산권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이란 게 존재하고, 그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그때 실감했죠.”

이때부터 특허에 푹 빠졌다. 궁금한 기술이 있으면 밤을 새워 파고 들었다. 1990년 연비를 절감할 수 있는 ‘희박엔소 엔진’이란 첫 특허를 낸 이후 화려한 ‘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1994년 현대차의 첫 독자 엔진인 알파엔진에 쓰이는 ‘밸브트레인 로커암’ 관련 특허로 우수 제안상을 받았다. 1995년엔 1년간 100여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해 발명 우수상도 받았다. 2000년엔 현대차가 우수한 특허기술을 낸 직원에게 주는 실적보상 제도의 첫 수혜자로 뽑혀 상금 3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그는 “항상 새로운 기술에 자극받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자동차라는 복잡성을 갖춘 장치를 한 개의 눈이 아닌 여러 개의 눈으로 봐야 혁신적인 기술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직형 인재보다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수평형 인재, 폭넓은 사고를 하는 융·복합형 인재가 돼야 새 기술을 발굴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미지의 영역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걸 인정해주는 현대차는 엔지니어들에게 최고의 일터”라고 했다.

그에게 엔지니어로서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엔 자동차 분야 최고 두뇌들이 모여 있습니다. 조금 더 노력해 현대차를 세계 1등 자동차 회사로 만드는 게 엔지니어들의 목표입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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