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보고 스노클링…코끼리 밀림 트레킹 상쾌
하늘과 경계가 모호한카오락 앞바다서 낮잠
태국의 푸껫공항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1시간 거리인 카오락. 푸껫섬과 태국 본토를 잇는 사라신 다리를 건너 서쪽 해변에 있는 이곳은 때묻지 않은 자연과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다. 지천으로 펼쳐진 원시림과 쪽빛 바다는 도시 속에서 지친 육신을 위무해준다. 누군가는 카오락을 몰디브에 견주기도 하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다. 자연 그대로의 청량감과 때묻지 않은 자연 해맑은 미소로 이방인의 마음을 훔치는 원주민들을 본다면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시밀란섬, 바다거북과의 경주
카오락 타프라무항구에서 스피드보트로 60㎞를 이동하면 카오락이 품은 보물 섬 시밀란에 도착한다. 시밀란은 모두 9개의 섬으로 이뤄진 태국 왕실 소유의 섬이다. 시밀란은 말레이어로 ‘아홉’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세계 10대 다이빙 명소로 꼽혀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꼭 한번 들러보고 싶어하는 섬으로 명성이 높다
9개의 섬은 남쪽에서 북쪽 섬까지 차례로 번호가 매겨져 있다. 때묻지 않은 섬인 만큼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섬을 건너가든 맨발로 다녀야 한다. 1~3번 섬은 바다거북의 산란지여서 아예 접근조차 못하고 상륙이 허가되거나 숙박이 가능한 섬은 4번 코미앙과 8번 코시밀란 정도다.
9개의 섬 중 파유 앞다바에 있는 7번 섬은 바다거북의 서식처이다. 바다거북의 산란기를 고려해 1년 중 11~4월 만 섬을 개방한다. 태국 정부의 시밀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시밀란 제도의 상징이자 본섬인 8번 섬 시밀란은 9개 섬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다. 300m에 이르는 총천연색의 산호 해변은 여행객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매력적이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화강암 군락도 압권이다.
시밀란섬에서는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다. 가벼운 장비를 하고 바다를 탐조하면 알록달록한 막대사탕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는 열대어들의 행렬을 발견할 수 있다.
안내인이 갑자기 무릎을 톡톡 치며 옆을 보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고개를 돌리자 시밀란에 이따금씩 출몰한다는 바다거북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토끼와 거북이’에 나올 법한 커다란 녀석은 바로 옆에서 오목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다에 꼭꼭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순간처럼 놀랍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조차도 너무 느린 거북이는 몰려드는 관람객이 귀찮았는지 이내 슬금슬금 헤엄쳐 깊고 푸른 시밀란 바다 어딘가로 사라졌다. 3분 정도에 불과한 바다거북과의 조우였지만 강렬한 여운은 바닷속만큼 깊어 눈을 감으면 때때로 떠오르곤 한다.
카오락국립공원에서 코끼리 트레킹
태국 카오락은 휴양지이자 인근 국립공원들로 가는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인 카오락은 카오락비치를 사이에 두고 내륙으로 카오락·카오속 열대국립공원이 있고, 바다로는 시밀란·수린 해양국립공원이 있다. 국립공원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일반적인 태국 관광지와 달리 지형 보존에 정성을 많이 쏟고 그 덕에 숲과 나무가 오염되지 않아 싱그러운 나무냄새가 많이 난다.
수많은 백열등이 화려하게 빛나며 관광객을 거침없이 호객하는 푸껫 카오산로드와 같은 요란한 밤 풍경은 없지만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아래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은 것 같은 카오락의 호젓한 숲길은 마음껏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게 만든다.
붉은 낙조와 별빛 가득한 밤하늘
카오락의 급류 래프팅은 유년 시절의 계곡 물놀이를 떠올리게 할 만큼 생동감 있고 스릴 만점이다. 카오락국립공원에서의 코끼리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동남아에서 코끼리 트레킹을 해 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정글같이 빽빽한 숲길을 코끼리 등에 올라타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체험이다. 매끈하게 포장된 곳에서 정해진 길로만 간단히 오가는 이전의 코끼리 트레킹과는 눈에 들어오는 풍경부터 손에 닿는 풀의 감촉까지 모두가 다르다. 사방이 초록색으로 가득한 청정한 숲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한 시간여를 다녀와 바나나 한 송이를 타고 온 코끼리에게 건네자 그 기다란 코로 재빨리 받아 먹는다.
카오락의 앞바다는 하늘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해질 무렵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 낙조를 보면 수면으로 빨려드는 붉은 해가 쪽빛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별이 가득하다. 마치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처럼 많은 별이 저마다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카오락의 간판 리조트 JW메리어트에서는 그 별을 벗 삼아 동양에서 가장 길다는 수영장에서 야간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달빛 아래 호젓하게 오가며 물살 가르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운치가 그만이다.
3.5㎞나 되는 수로 형태의 유수풀들이 호텔을 둘러싸고 있는 특이한 구조로, 특히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모든 객실에 대형 욕조가 있고 커다란 발코니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JW메리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르메르디앙카오락은 유럽식 5성급 리조트로 안다만의 방삭해변을 끼고 있다. 리조트 어디에서도 창문을 여는 순간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 이곳에 눈을 감고 누우면 아침에는 새소리, 밤에는 파도소리가 들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이 리조트는 특히 태국 전통 건축양식을 살린 건물과 열대정원 시설에 프라이버시가 전격 보장되는 풀빌라 구조라 둥근 달이 떠오르면 벤치에 나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또한 리조트와 바로 연결된 바다로 나가면 르메르디앙의 마스코트 코끼리 난무앙 양이 바다 산책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가끔 레스토랑에도 나타나는데 어린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좋아한다.
태국에 머무르다 보면 이 나라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얌꿍을 많이 접한다.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는 음식인데 그 맛이 독특하다. 새우 등 갖가지 해산물과 고추기름 레몬즙 야채를 넣고 끓여서 매운맛, 담백한 맛, 쌉쌀한 맛 등 여러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룬다. 처음에는 향신료 맛이 강해 입에 맞지 않지만 자꾸만 먹으면 그야말로 중독되는 음식이다. 태국은 ?얌꿍과 같은 나라다. 다양한 맛이 있고 원시림 가득한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미소가 조화된 나라. 태국은 그렇게 서서히 중독돼 가는 나라다.
카오락(태국)=전혜숙 기자 hayonwye@hankyung.com
여행수첩
인천국제공항에서 푸껫국제공항까지 6시간30분 걸린다. 푸껫에서 카오락까지는 육로로 1시간 거리다.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툭툭이 있지만 숙박시설에서 제공하는 리무진이나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시밀란 섬은 11~4월 건기에만 들어갈 수 있다. 우기인 5~10월에는 파도가 높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입도를 허락하지 않는다. 카오락에 있는 르 메르디앙 비치&스파리조트는 국립공원 내 5성급 리조트로 안다만의 방삭 해변을 끼고 있다. 리조트 어디서나 쪽빛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모두 24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10개의 라군 빌라와 9개의 풀빌라, 6개의 오션뷰 풀 빌라로 이뤄져 있다. 개인풀과 자쿠지 시설이 있는 풀빌라는 신혼부부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한국인 직원이 상주해 투어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키즈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된다. JW 메리어트 리조트는 객실과 리조트 내 어느 곳에서도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골드카드를 구입하면 식사는 물론 다양한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층 객실에서 바로 수영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풀억세스 룸도 110개를 갖췄다.
하나투어에서 선보인 카오락 5일 골드팩 패키지는 한국시장을 겨냥해 식사와 휴양이 모두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요금제를 선보였다. 3박5일 기준으로 ‘힐링 여행의 동반자’ 르메르디앙이 99만9000원, JW메리어트카오락이 104만9000원(유류할증류 별도)부터 이용 가능하다. 아동은 성인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며 리조트 내 스파를 1회, 60% 할인받을 수 있다. 일부 유료 프로그램을 포함한 ‘카오락 골드카드’ 리조트 상품은 114만원부터. 키즈 프로그램이 있어 가족 여행으로도 인기가 높다. 개별 관광도 가능. 하나투어 1577-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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