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대원국제中, 성적조작 등 '무더기 입시비리'

입력 2013-05-20 17:35   수정 2013-05-21 03:11

서울교육청 감사결과 발표

특정학생 합격·불합격 위해 '주관적 영역' 점수 몰아주기…신규교사 임의로 부당 채용
영훈중 이사장 임원승인 취소



서울지역 국제중인 영훈국제중(미아동)과 대원국제중(중곡동)이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서류전형에서 인적사항을 노출한 채 심사하는 등 무더기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영훈국제중은 법령상 징계가 아닌 강제 전학을 징계 수단으로 동원하는 등 징계권을 남용하고 공채로 뽑아야 할 신임 교사를 임의 채용하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3월8일부터 4월12일까지 시행한 두 학교와 학교법인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두 학교는 지원자의 인적사항이나 수험번호를 가리고 채점해야 하는 기본적인 공정성 확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1~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때 심사자 두 명의 개인별 채점 원점수를 무단 폐기하고 두 명 합계 점수만 보관했다. 조승현 서울교육청 감사관은 “감사에 착수한 다음 원점수를 폐기한 것인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성적 조작을 은폐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훈국제중은 올해 입시에서 교감과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등이 주도해 특정 학생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감사 과정에서 “입학 부적격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성적을 조작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한 성적 조작도 포착했다. 학교 측은 일반전형 1차 시험인 ‘객관적 영역’에서 525~620위인 6명에게 2차 시험인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줘 합격권인 384위 내로 진입시켰고 반대로 학교가 입학 부적격자로 분류한 학생이 합격권에 있을 때는 주관적 영역에서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떨어뜨렸다.

영훈국제중은 이런 방식으로 경제적 사회적배려 대상자(저소득층) 전형에선 부적격자를 탈락시키고 비경제적 사회적배려 대상자 전형에선 특정 학생 세 명을 합격시켰다. 다만 비경제적 사회적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올해 입학해 논란이 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세 명 중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확인을 거부했다.

영훈국제중은 또 학생 징계 수단으로 강제 전학을 시키거나 이사장이 학교 회계 집행을 부당하게 관여·통제하는 행정상의 부당 행위도 저질렀다. 2009학년부터 2011학년까지 세 명의 신규 교사를 임용하면서 공채를 하지 않고 특정인을 임의 채용하고선 공채 절차를 거친 것처럼 교육청에 보고해 사립학교법을 어겼다.

서울교육청은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을 종합적인 책임을 물어 임원취임 승인취소 처분을 할 예정이다. 이사장과 교감 등 비리 관련자 11명은 검찰에 횡령·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2009~2013학년도 입학 및 전학, 편입학 관련 감사 자료 일체를 수사 자료로 제공했다. 또 관련자 10명은 파면 등 징계하라고 학교법인에 요구했으며 부당 집행한 23억2700만원은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대원국제중에 대해선 입시 부정 관련자 세 명을 중징계하라고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부정 입학 학생에 대한 퇴교 조치 등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강현우 기자 dry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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