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하면 배임 소지…공개매수로 논란 비껴가
▶마켓인사이트 5월20일 오전 8시15분
공개매수가 오너 2세들의 분가(分家)에 활용된 첫 사례가 나왔다. 창업주의 차남이 이끄는 회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형이 거느리고 있는 ‘형제 회사’가 갖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을 사실상 전량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통상 자진 상장폐지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쓰이는 공개매수가 계열분리 용도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개매수 목적 알고 보니…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연마재 제조업체인 제일연마공업은 다음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 주식을 최대 250만주(25%·162억원 규모)를 사들이기로 하고,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제일연마공업은 동일산업 창업주인 고(故) 오일룡 회장이 1955년 설립한 기업이다. 오 회장의 차남인 오유인 사장이 최대주주(38.57%)지만, 장남인 오순택 회장이 이끄는 합금철 제조업체인 동일산업도 24.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이 74.71%에 이르는 셈. 통상 공개매수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5%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 제일연마공업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공개매수의 목적이 자진 상장폐지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제일연마공업 재무 담당자는 “공개매수 대상에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장에선 이번 공개매수를 형제기업 간 지분 정리의 마지막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제일연마공업의 최대주주는 2005년까지만 해도 ‘형님 회사’인 동일산업이었지만, 오유인 사장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면서 2007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거꾸로 동일산업에 대한 오유인 사장의 지분은 2005년 24.57%에서 현재 9.07%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연마공업이 공개매수 대상 지분을 25%로 설정한 것은 사실상 동일산업 보유 지분(24.6%)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참여 매력 떨어져
제일연마공업이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주주 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연마공업이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동일산업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할 경우 자칫 배임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쌓아둔 돈을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지급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에게 똑같이 주식을 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론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매력이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공개매수 가격(6500원)으로 현 주가(20일 종가 6410원)와 비슷한 수준이어서다.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팔 경우 시세차익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만큼 소액주주 입장에선 별다른 실익이 없다. 통상적인 공개매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시가보다 20%가량 높게 매수가를 책정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개매수가격을 시가와 비슷하게 책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동일산업 보유지분을 공개매수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라며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이상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작년 순이익(72억원)의 2배가 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인지는 주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된다면 공개매수를 통한 분가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허란/조진형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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