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우승 일군 '시'어머니의 조련…"엄마 잔소리가 날 키웠죠! 손수 캐디백 메고 다그쳐"

입력 2013-05-20 17:48   수정 2013-05-20 23:16

“나 잘하재!”

‘그린 위의 승부사’ 배상문(27·캘러웨이)은 20일(한국시간) 미국 PGA투어 HP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직후 어머니 시옥희 씨(57·사진)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시씨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석가탄신일 전날인 16일부터 경남 합천 해인사 홍제암에서 불공을 드리며 아들의 우승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TV로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는 시씨는 “아들이 너무 장하다”며 울먹였다.

시씨는 우승을 앞두고 좋은 꿈을 꿨다고 한다. “이틀 전 오전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꽃다발을 배달왔는데 집을 못찾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시씨는 프로생활 초기 배상문의 캐디 겸 코치이자 매니저였다.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 씨가 ‘골프 대디’의 원조였다면 시씨는 ‘골프 맘’의 대표격이다. 대구에서 살던 시씨는 배상문이 태어난 지 6~7개월이 됐을 때부터 홀어머니로서 외아들을 길렀다.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배상문은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와 친해 같이 놀러도 다니고 야구도 함께했다. 그러다 골프를 치고 있던 시씨를 따라 7살 때 골프연습장을 찾았던 배상문은 골프에 매료됐다. 시씨는 “야구를 시켜달라고 그렇게 졸라대더니 골프를 치고부터 그 말이 싹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배상문이 세미프로가 되고 국내 대회에 나가면서 시씨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집을 포함해 자동차, 반지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죄다 내다팔았다.

“지방에 대회를 가려면 먹고 사고 라운드하는 데 몇 백만원씩 들어 집에 있는 것은 다 팔았죠.”

시씨는 직접 캐디 백을 메고 고된 캐디 역할도 억척스럽게 해냈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그는 코스에서 아들을 모질게 다뤘다. 플레이하다가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이 나오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오죽하면 계모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한 프로는 배상문에게 “저렇게 엄마가 극성이어서 어떻게 하냐. 엄마가 잔소리하면 일부러 버디 퍼팅을 엉뚱한 곳으로 쳐서 다시는 코스에 못 나오게 하라”는 조언까지 할 정도였다.

배상문은 남들이 욕해도 “어머니는 나의 성공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희생하신 분”이라며 “부담이 된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어머니의 잔소리가 날 키웠다. 지금은 뼈에 사무치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씨 역시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아들을 혼자서 키우다 보니 그때는 너무나 절박했다”며 “사춘기에는 아들과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그래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따라준 아들이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상문은 지난 어버이날 미국에서 카네이션 꽃다발을 어머니에게 보냈다. 시씨는 “상문이가 ‘엄마 사랑해, 미국서 꼭 성공하게 올게’라고 써서 보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반지를 선물받기도 했다.

시씨는 배상문이 지난해 외로움과 함께 ‘향수병’이 찾아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자 올 시즌 초반 3개 대회를 따라 다녔다.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베테랑 맷 미니스터를 새 캐디로 구해줬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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