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자산운용사] 최상의 상품…최고의 수익률…위기에도 빛났다

입력 2013-05-21 15:35  

규제 강화·증시 침체 속…운용사 6곳 수익률 '반짝'
해외시장 진출·합성ETF…저금리 시대 발빠른 대응



자산운용사들에 요즘 금융투자 시장은 녹록하지 않다. 증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펀드 50% 룰’ 등 규제는 되레 강화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운용사들이 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상위 5개 운용사가 대표적이다. ‘규모의 경제’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해온 게 비결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처럼 침체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외국계 운용사도 마찬가지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급락장에선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도 증시가 강세로 전환하면 발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고만 취급한다”…명품 운용사들

삼성자산운용은 관리자산만 127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운용사다. 투자자들이 삼성운용 상품만으로도 자산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짤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 주식형 및 채권형펀드, 해외펀드, 헤지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대표 펀드로는 ‘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 ‘삼성아세안증권펀드’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고객 노후 준비에 초점을 맞춘 상품에 강점을 갖고 있다. 국내 운용사 중 최대인 11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1년에는 사모펀드를 통해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해 관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작년 국내 증권·운용업계 최초의 중국 합작법인 ‘미래에셋화신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경제신문이 수여하는 ‘2013년 대한민국 펀드대상’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역대 세 번째다. 한국운용이 발군의 실력을 보인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며 2007년 5조2000억원이던 수탁 잔고가 5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운용은 국내 운용사 가운데 ‘1조 펀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2002년 신한금융그룹과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이 합작 설립한 회사다. 일임자산 16조원, 펀드자산 20조원으로, 기관과 개인 고객 간 수탁고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 부문에서 고루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장기 수익률 면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5년간 이 회사가 기록한 수익률은 35.86%로, 상위 1%에 속한다. 장기 수익률을 중시하는 운용철학 덕분이란 설명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세계적인 펀드 운용그룹인 피델리티 월드와이드인베스트먼트의 한국법인이다. 피델리티는 선진 금융기법을 접목한 ‘인컴펀드’ 부문에선 전체 운용사 중 선두권이다. 해외 채권 자산을 기반으로 한 월지급식 이머징마켓 채권펀드, 월지급식 아시아 하이일드 채권펀드를 국내에 들여온 데 이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지급하는 글로벌 배당 인컴펀드를 최근 내놓았다.

○국내는 좁다…해외로 눈 돌려

국내 상위 10대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은 작년 3분기 2429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83.2%를 차지했다. 토종 운용사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해외 운용사들이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작년 적자를 기록한 자산운용사가 33개였는데, 이 중 8곳이 외국계였다.

글로벌 운용사로 손꼽혀온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고, 도이치 블랙록 ING자산운용 등도 고전하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일부 외국계 운용사만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대형 운용사들은 해외시장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해외 금융시장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개최한 해외 진출 방안 세미나에도 대형사 위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운용 업계 상황이 악화되자 해외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시아 신흥국가에 진출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영업이익은 2010년(회계연도) 5125억원에서 2011년 4522억원, 지난해 3502억원으로 감소했다.

○대형사들, 합성 ETF 출시에도 앞장

대형 운용사들은 ‘합성 ETF’와 같은 신상품 출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미국 리츠(REITs·부동산투자 전문펀드)지수나 미국 하이일드채권(투기등급채권)지수, MSCI 신흥시장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합성 ETF를 내놓기로 했다.

합성 ETF는 자산운용사가 기초자산 실물을 직접 보유해야 했던 일반 ETF와 달리 증권사가 제공하는 지수의 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일반 ETF보다 쉽고 다양하게 해외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상품관리팀장은 “앞으로 해외지수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한 ETF 상장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은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안펀드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운용은 MSCI AC 월드지수 내 우량기업 등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배당프리미엄펀드’와 ‘미래에셋글로벌배당과인컴펀드’를 선보였다. KB운용은 글로벌 고배당 주식과 채권관련 자산, 리츠 등에 투자해 ‘국고채 3년물 금리 +α’ 수익을 추구하는 ‘KB글로벌멀티에셋인컴펀드’를 판매 중이다. 한국운용 역시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을 겨냥한 ‘한국투자글로벌멀티인컴펀드’에 대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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