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아시아 패션왕 꿈' 키운다

입력 2013-05-21 17:19   수정 2013-05-22 05:40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

밤마다 유명디자이너 쇼, 美·유럽 큰손바이어 북적…공모전 참가자도 5배
단독 패션쇼 연 고영지 씨 "비즈니스 조언 큰 도움"




싱가포르 남부의 관광지인 마리나 베이. 이곳에선 지난 15일부터 닷새간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AFX)’가 열렸다. 이 행사는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대의 패션허브로 만들겠다며 민관이 합동으로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째다.

“파리나 뉴욕에 견주기는 어렵지만 뜨거운 분위기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다비드 두란도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는 것이 행사 참가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디자이너 발굴 육성

“싱가포르 패션연맹의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제가 누구를 겨냥한 무슨 옷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가격은 얼마로 할지까지 세세하게 조언해 줬어요.” 행사장에 만난 고영지 씨(33)의 이야기다. 고씨는 작년 AFX의 신인 디자이너 발굴 공모전인 ‘아우디 스타 크리에이션’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디자이너. “마치 매니지먼트회사가 연예인을 관리하듯이 패션연맹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해줘 시장에 이름을 쉽게 알릴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행사기간 중 작년 우승자 자격으로 자신의 브랜드(듀시)를 내걸고 선보인 패션쇼에서도 “팔리는 옷을 만들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작품을 준비했다. “덕분에 싱가포르 두바이 프랑스 등에서 여러 건의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에선 2009년 패션대상을 받았는데 1주일 정도 언론의 조명을 받고 말았다”며 “AFX는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해 지원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VVIP 대거 초청

싱가포르 패션산업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프랑스나 홍콩 등에서도 소위 ‘잘나간다’는 VVIP 소비자와 해외 바이어들이 대거 초청됐다. 이들은 매일 밤 캐롤리나 헤레나, 츠모리 치사토, 후세인 샬라인 등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보며 축제를 즐겼다. 패션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고소득층과 바이어, 디자이너가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싱가포르 패션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한국 기성 디자이너를 대표해 ‘화이트 보이’라는 주제의 패션쇼를 선보인 이석태 씨도 해외 바이어 수십 명에게서 “따로 만나자”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디자이너 등용문

무역박람회 격인 ‘블루 프린트’는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위한 행사였다. 올해는 24개국에서 181개의 새 브랜드가 집결해 개성 있는 의류, 잡화, 보석 등을 선보였다. 참가 브랜드 수가 2010년 56개에서 2011년 105개, 2012년 140개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것에서 AFX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FX 측은 참가비를 내겠다 해도 아무에게나 블루 프린트 부스를 내주지 않는다. 상품성에 대해 ‘동물적 감각’을 가진 바이어들이 끌릴 만한 브랜드를 엄선, 참가권을 주는 것이다.

올해는 300여명의 바이어들이 블루 프린트에서 구매상담을 벌였다. 이 중 ‘큰손’인 70여명은 싱가포르 측이 체재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또 행사 기간 내내 진행요원이 붙어 모든 부스를 둘러보게끔 유도하는 ‘밀착 마크’를 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12팀도 올 행사에 참가, 16~17일 이틀간 49만7300달러어치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현장에서 최종 계약을 마친 것이 21만1300달러(32건), 추후 계약을 약속한 금액이 28만6000달러(52건)로 집계됐다.

싱가포르=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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