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폭 낮고 펀드보다 안전

입력 2013-05-21 17:21   수정 2013-05-22 04:41

금리 연 3.39%로
정기예금 2.85%보다 높아
올들어 1조6000억 몰려




대기업 간부인 조모씨(53)는 지난 1월 10년 만에 정기적금에 다시 가입했다. 금리는 연 4%로 월 50만원씩 넣는 상품이다. 1년 된 주식형 펀드를 깨고 가입한 상품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 굴릴 데가 없어서다. 주가는 게걸음이다. 그가 대출을 받아 집 인근에 장만한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도 연 5%에 못 미친다. 조씨가 가입한 주식형 펀드는 누적수익률이 -6%였다. 김씨는 “예전엔 괜찮은 종목을 찾으면 연 수익률 20%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꿈도 안 꾼다”며 “요즘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엔 원금을 지키는 것만 해도 재테크에 성공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산다”고 말했다.

○개인자금 적금으로 이동중

정기적금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17개 예금은행의 정기적금은 1조6411억원 늘었다. 작년에 7조5364억원 증가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정기적금 증가액은 다른 상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상품은 국내 채권형 펀드다. 올들어 4월 말까지 8조203억원 늘었다.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2조731억원 증가했다. 그 다음이 정기적금이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2조8726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지수가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고객 예탁금도 922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채권형 펀드의 93%가 기관 자금이고 MMF에도 법인 자금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순수 개인 자금만 따지면 정기적금만큼 돈을 많이 끌어모은 상품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정기적금을 해약하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최근엔 오히려 정반대”라며 “부동산 경기와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다 보니 꾸준히 새로 적금을 개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재테크 풍속도

정기적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직장인과 자산가 등을 불문하고 금융권 전반적으로 재테크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원금 보장이 되는 예·적금 상품 중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적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21일 현재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에 1년 만기로 3600만원을 넣어뒀을 때는 연 2.63%의 금리를 적용받지만 정기적금의 경우 연 3.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연간 최대 30여만원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것.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 상품의 경우 우대 이율까지 합하면 최고 연 4.1%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금 상품과 이자액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말했다.

예금 계좌에 평균 10억원 이상 넣고 있는 고액 자산가 중에도 일부 금액을 적금으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예금 계좌에서 정기적금으로 자동이체를 걸어놓고 매달 일정 금액을 옮겨 담는 방식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센터장은 “보통 정기적금 상품은 월 납입금액을 300만원 이하로 제한받고 있어 한도 내에서 적금을 붓는 부자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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