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 여전…주택경기가 회복 관건

입력 2013-05-21 17:27   수정 2013-05-22 03:54

KDI 보고서
카드 사용액도 부진…지난달 소비 상황도 악화
집값 회복 조짐은 희망적



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 카드승인실적이 전년동월보다 14.7% 급감하는 등 불황의 그림자가 뚜렷한 모습이다. 문제가 뭘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마이너스 자산 효과’를 꼽았다. 최근 아파트값 회복세는 그런 의미에서 희망적이란 분석이다. KDI는 향후 민간소비 회복 가능성에 모처럼 무게를 실었다.

○소비지표 아직 최악이지만

김태봉 KDI 연구위원은 21일 ‘최근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밑도는 부진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 소비에 다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5분기만에 0.3% 감소세(전기 대비)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4월 소매판매가 3월보다 더 나빴을 것으로 추정했다. 의복과 식음료품 등 필수품 판매가 둔화한데다 내구재 실적도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이날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4월 카드승인실적에서도 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다. 4월 백화점 카드승인금액은 1조13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7% 급감했다. 같은 기간 대형할인점의 카드 결제금액(2조4700억원)도 0.6% 줄었다. 반면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의 결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0%와 9.8% 늘어났다.

카드사용이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서 감소하고 소형 유통점에서 증가한 것은 ‘불황형 소비’의 징후로 분석된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불황 탓에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그렇지 않은 것은 카드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택경기 회복이 ‘바닥’ 징후?

KDI는 소비부진의 원인을 △유로존 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 △민간의 실질구매력 약화 △부동산과 주식시장 부진 등 세 가지로 들었다. 시기별로 이들 요인의 영향이 각각 달랐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했던 2011년 하반기엔 소비자들이 앞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실질구매력이 소비에 영향을 준 것은 2011년 상반기였다. 리비아 사태 등으로 유가가 뛰면서 소비를 늘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자산가치가 줄면서 소비도 위축된다. KDI는 이같은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치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의 반대 현상이다. 김태봉 연구위원은 “유가가 안정세인 가운데 환율 하락으로 인해 실질구매력도 개선됐다”며 “향후 소비 증가의 최대 관건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회복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4.1 부동산 대책’ 등에 힘입어 주택경기가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1% 상승한 99.8을 나타냈다. 8주째 상승하며 작년 말(99.6) 수준을 넘어섰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민간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며 “다음달 KDI의 경기전망에 이를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지표가 최악으로 보이지만 이게 ‘바닥’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횡보하고 있는 코스피지수 역시 추가경정예산과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힘입어 하반기엔 회복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단기 효과에 그칠 가능성엔 주목해야 한다”며 “이 경우 소비회복에 제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임기훈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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