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들의 부적절한 페이스북 수다

입력 2013-05-21 17:38   수정 2013-05-21 23:49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 위원장의 페이스북 상에서 논쟁을 벌였던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그것도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한 갑론을박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다. 노 위원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각종 사회적 이슈가 경제민주화로 확대해석되고 있다”고 경계하면서 그 예로 정년 60세 연장, 대체휴일제, 재벌 총수 연봉 공개, 포괄적 상속·증여세 등을 꼽았다. 이에 방 장관은 댓글에서 독일을 예로 들며 근로자의 경영참여 같은 수평적 차원의 경제민주화가 불공정거래 등 수직적 차원보다 더 발전한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를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기민당이 추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론까지 거론됐다. 짧았지만 가벼운 토론은 아니었다.

장관들 간에 주요 이슈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 자체야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장관들의 토론은 권장해야 한다. 그래야 관련부처의 입장이 조율되고, 이견을 해소할 수 있다. 정부가 주요 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관련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여는 것은 그래서다. 특히 경제부처들은 따로 장관회의를 갖는다. 그러나 장관들이 페이스북에서 중구난방식 논쟁을 벌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페이스북은 개인 신변사를 주고받는 공간이지, 장관의 정책 토론장이 아니다. 장관들이 사실상 만인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내가 옳다는 식의 주장을 그대로 드러내면 국정 혼란만 키우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도 통일된 목소리를 내라고 강조하는 게 아닌가.

가뜩이나 논란이 많은 경제민주화다.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더욱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공정위 소관인 개정 하도급법, 고용부의 60세 정년 연장법 등이 모두 그렇다. 통상임금 문제 역시 당면과제다. 공정위나 고용부 만의 일이 아니다. 6월 국회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이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정부 내에서 사전에 논의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어떤 원칙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장관들은 정식 회의에 빠지지말고 진지하게 토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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