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인슈타인이 기차 여행 중이었다. 차장이 검표하러 왔는데 표를 찾을 수 없었다. 가방까지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 차장이 “모두가 아는 분이니 안 보여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의자 밑을 더듬으며 허둥댔다. 재차 걱정말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표를 찾아야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거 아니오.”
#2. 음악가 출신 노부부의 인생은 평화롭다. 제자의 콘서트에 가고, 피아노를 치며 우아한 노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상증세를 보이며 기억을 잃어간다. 행동장애도 온다. 어쩌다 정신이 돌아오면 더 혼란스럽다. 팔순의 남편은 그런 아내를 정성껏 돌보지만 역부족이다.
첫 번째 사례는 비교적 유쾌한 건망증 얘기다. 그러나 두 번째는 다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무르’에서 노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주범은 치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노인은 약 60만명이다. 65세 이상의 10%다. 뇌 속의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 때문에 생기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많고 뇌혈관 질환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 전두엽 치매 등도 있다. 근본적인 치료는 뇌세포에 들러붙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없애는 것인데 그런 약은 아직 없다.
다행히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몇 달 전 캐나다 연구팀이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면역증강제를 쥐에 투여해 80%까지 성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엊그제 영국 옥스퍼드대는 비타민 B6와 B12를 엽산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알츠하이머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차병원그룹은 어제 사람 태반줄기세포를 이용해 알츠하이머 쥐 치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줄기세포로 뇌 속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1단계 임상시험까지 끝냈다. 그러나 치매 치료 백신은 10년쯤 있어야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의 치매 위험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몸과 머리를 많이 쓰는 게 좋은 것 같다. 책과 신문을 즐겨 읽고 자주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본 최고령자가 “날마다 신문을 빼놓지 않고 정독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어떤 이는 “아인슈타인도 그랬는데 뭘” 하며 건망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이는 치매의 예비신호다.
치매라는 말은 라틴어로 ‘정신이 없어진 것’을 뜻한다. 한자로 어리석을 ‘치’와 어리석을 ‘매’자를 쓴다. 이 치명적인 어리석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백신은 바로 건강할 때 예방하는 현명함이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를 살리는 종합백신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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