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국가 부도는 흔히 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일로만 여겨지지만 지난 18일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일어날 뻔했다. 지나치게 많은 정부 부채를 이유로 공화당이 부채 한도 증액에 반대하면서 빚을 더 내지 못해 곳간이 텅텅 비어 버린 것이다. 재무부가 급히 2600억달러를 융통했지만 9월이면 이 돈도 바닥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국 경제연구소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집계를 분석한 결과 정부 부채 총계가 사상 처음 50조달러를 넘었다. 민간과 공기업 부채는 제외한 수치다. 이날 현재 50조6841억달러(약 5경6486조원)로 시간당 500만달러씩 불어나고 있다.
2007년만 해도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 총액은 28조달러였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고, 세계 총생산(GWP) 70조달러의 72%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화한 은행 등 민간의 빚을 정부가 메꿔준 결과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긴축에도 부채비율 증가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부채가 늘면서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복지 지출 감축은 여론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채 위기가 민간에서 정부로 전이되면서 미국과 일본이 ‘남유럽식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적완화로 돈을 풀었음에도 이들 나라의 국채 금리가 오르고(국채값 하락) 있어서다. 지난 15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1년1개월 만에 최고치인 연 0.92%까지 오른 것이 단적인 예다.
일본 부총리 자문기관인 재정제도심의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채 금리 급등이 기업과 국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윤선/노경목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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