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하고 풋풋했다. 연극적인 재미가 주는 감동은 없어도 음악을 보고 듣는 즐거움은 넘쳐났다. 서울 청파동 숙명아트센터에서 지난 21일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 2’는 노래에 극을 짜맞추지도 않고, 극에 노래를 맞추지도 않는다. 새롭게 편곡한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노래들을 스토리에 구애받지 않고 기타와 베이스 드럼 건반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 등으로 구성된 8인조 밴드의 연주에 맞춰 마음껏 펼쳐낸다.
이 작품은 2011년 초연돼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얻은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속편이다. 제목이나 내용이나 전작의 성공과 인기에 어느 정도 기댄 작품이다. 전작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콘서트로 재구성해 무대에 올리는 제작 과정을 다룬다. 기본적으로 가사와 줄거리를 어떻게 엮을지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극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42번가’나 창작 뮤지컬 ‘날아라 박씨’ 등 뮤지컬 제작 과정을 그린 작품의 골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출연진 간, 또는 출연진과 제작진 간의 다툼 등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성공적으로 공연을 치르는 내용이다. 왕년의 아이돌 산화와 인기 절정의 아이돌 아담, 걸그룹 출신 가을 등 콘서트에 함께 출연하게 된 세 주인공이 벌이는 미묘한 갈등이 극의 중심축을 이룬다. 하지만 극은 이들의 관계나 갈등의 원인, 주인공들의 내면심리 등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이들 간의 갈등은 절정에 이르는 심화 단계를 생략한 채 어정쩡하게 풀어지고 극이 마무리된다.
연극적인 빈약함은 작품이 내건 슬로건 ‘보는 음악, 듣는 뮤지컬’이 채운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보는 음악’을 구현하기 위해 수직적인 세트를 만들었다. 8인조 밴드는 무대 위 세트 일부가 돼 각각의 연주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장르로 세련되게 편곡된 이영훈의 노래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무대에서 콘서트를 위해 노래를 새롭게 편곡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세준(산화) 베이지(가을) 등 주역으로 출연한 가수뿐 아니라 배우들의 가창력과 음악적 소화력도 수준급이다. 연기력을 평가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강동호(아담) 조진아(음악감독) 정동석(매니저) 등 젊은 배우들의 기량은 인상적이다.
‘추억 속 대중가요를 요즘 시대에 맞게 편곡해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음악으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기획 취지를 충분히 살려낸 무대였다. 공연은 오는 7월7일까지, 5만5000~7만7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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