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벙커샷 비결…"볼 걷어내거나 퍼올리면 안돼…모래 때리고 팔로스루 다해야"

입력 2013-05-22 17:26   수정 2013-05-23 00:08

지난 3월 존 허는 미국 PGA투어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 대회를 앞두고 최경주(사진)의 집이 있는 텍사스주 댈러스로 날아가 인근 골프장에서 최경주에게 4시간 동안 ‘벙커샷 특훈’을 받았다. 존 허는 “최경주로부터 좋은 조언을 받아 벙커샷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그는 벙커샷의 마스터”라고 극찬했다. 최경주는 현재 미 투어에서 샌드 세이브율(벙커에 빠진 뒤 파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할 확률) 67.11%로 저스틴 로즈(68.75%)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경주는 2000년 게리 플레이어가 쓴 벙커샷 지도서를 읽은 뒤 하루 만에 웨지가 다 닳아버릴 정도로 집중 연습을 해 벙커샷을 익혔다고 한다. 어린 시절 고향인 완도 해변에서 샷을 연습한 것도 모래와 익숙하게 된 계기였다.

지난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최경주를 만나 ‘벙커샷의 비법’에 대해 물었다. 최경주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벙커샷을 하면서 공을 걷어내거나 퍼올리려고 한다. 밀가루 반죽하는 것을 연상해보라.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를 바닥에 던져 ‘탕’ 때리면 아래에 깔려 있던 밀가루가 팍 튀어오른다. 이 원리와 똑같다. 벙커샷을 할 때는 클럽이 모래를 때려야 볼이 튀어오른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벙커샷에서 모래를 때리면 에너지 전달은 모래에만 간다. 공에 가지 않는다. 공이 홈런이 될까봐 채를 잡아버리면 클럽이 모래에 파묻히고 임팩트가 죽어버린다. 반대로 살짝 걷어내려고 하면 볼 머리를 치는 토핑샷을 하게 된다. 최경주는 “한 번의 네거티브는 오래간다. 한 번 성공하면 또 성공할 확률이 높고, 한 번 미스샷을 하면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모래를 때려 분사시키려면 팔로스루를 다해야 한다. 그러면 공은 멀리 안 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들은 거리, 스핀, 높이 조정에다 내리막이냐 사이드냐 벙커턱에 박혔느냐 등 갖가지 상황에 맞게 연습하려면 네 시간을 연습해도 부족하다”고 운을 뗀 뒤 “20초당 하나의 공을 친다고 했을 때 네 시간에 740개의 벙커샷을 하게 된다. 벙커샷은 일반 샷보다 에너지 전달에 세 배의 힘이 든다”고 했다.

최경주는 코스 공략에서 그린 사이드 러프보다 벙커샷이 더 편안하다고 했다. “벙커가 두려운 선수는 벙커를 피해서 칩니다. 벙커 뒤 4야드 지점에 핀이 꽂혔는데 벙커가 겁나서 벙커를 피해 20야드 ‘삐뚜로(빗나가게)’ 치면 3퍼트 확률이 높아져요. 직접 공략하면 핀에 붙을 수도 있고 벙커에 빠지더라도 홀까지는 4야드 밖에 안 됩니다. 4야드 떨어진 벙커에서 홀에 붙이는 것이 20야드에서 붙이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그래서 코스 공략법이 달라집니다.”

제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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