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민아 / 사진 오재철]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창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허니문 여행지 중 한 군데가 바로 ‘칸쿤(Cancun)’이다. 주변에 결혼을 준비하거나 이미 결혼식을 치른 친구들을 보면 허니문 후보지로 꼭 칸쿤이 껴 들어있다. 그러다 비싼 가격 때문에 ‘헉’ 하며 포기하기 일쑤. 나도 그랬었고… 사실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카리브해의 바다를 경험할대로 경험한 우리는 “더 이상 예쁜 바다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의심하며 기대치 않았지만, 칸쿤의 바다색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바다색,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오늘 나테한 세계여행 17편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칸쿤은 좀 더 현실에 가깝다. 우리는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치고 날아온 샤뱡샤뱡한 신혼부부가 아니라 그저 한 푼이 아까운 궁상맞은 장기 배낭여행자일 뿐이니까.
칸쿤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해변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소위 호텔존이라 불리며 투어리스트들을 상대로 하는 비싼 관광 지역과 해변가에서 버스를 타고 한 번 더 들어가야 하는, 칸쿤의 일반 주민들이 주로 살고 있는 다운타운 지역이다. 사전 조사를 통해 칸쿤의 이 같은 지역 생리를 익히 잘 알고 있던 우리는 호텔존을 지나쳐 당연한 듯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나테한 여행 Tip
배낭여행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익스프레스 호스텔(Express Hostel)’은 칸쿤의 물가 비싼 호텔존에서 벗어나 다운타운 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2012년 말에 오픈하여 매우 깔끔하고 쾌적하며,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호스텔로 영어가 잘 통한다.(www.facebook.com/Cancun.Express.Hostel)
우리가 다운타운에서 마음에 쏙 드는 호스텔을 찾았을 때, 내(나디아) 발에 이상 신호가 생겼음을, 아니 진작에 생긴 이상 신호가 심각한 경보를 울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플라야 델 카르멘 이전부터 엄지발가락에 자꾸 물집이 잡히는가 싶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했더니, 물집이 곪고 터지기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걸을 수도 없을만큼 발 상태가 심각해진 것이다.
처음엔 약국에서 연고를 사다가 발라보았지만, 차도는 커녕 점점 발이 썩어들어가는 느낌만 심해졌다. 말도 안통하는 이 곳에서 발가락을 잘라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괜한 상상력을 키우고 키운 후에야 칸쿤의 병원에 들렀다. (얼마나 발가락 상태가 심각했던지… 사진을 찍어놨지만… 그것도 접사로. 독자들의 비위를 생각해서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 대신 칸쿤의 아름다운 사진들로 안구 정화 하시길~)
어딘가 많이 허술해 보이는 병원이었지만,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백발의 할아버지 의사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장기간 여행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약과 주사를 처방해주며 되도록이면 물이 닿지 않도록 하고, 일주일 정도 매일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아! 죽을 병(?)은 아니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곧바로 드는 생각은… “아름다운 칸쿤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그 날부터 난 매일 오빠(테츠)의 부축을 받으며 하루에 한 번씩 병원만 왔다갔다 할 뿐 꼼짝없이 호스텔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 호스텔이 새로 생긴 곳이라 깔끔하고 쾌적했기 때문에 여행을 시작한 후 거의 처음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걱정없이, 고민없이 푹 쉴 수 있었다. 호스텔 앞 마당에서 차 마시며 멍 때리기, 바구니에 종류별로 과일 쌓아놓고 먹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기, 드라마 다운 받아보기, 졸리면 낮잠자기 등.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마냥 푹 쉰 지 5일째 되는 날, 웬만큼 혼자 걸을 수 있을 만큼 발가락 상태가 좋아졌기에 칸쿤 앞바다를 보러 버스를 타고 호텔존으로 향했다. 그러나 칸쿤 바다를 보러가는 길,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이 있었으니…
우리같은 배낭여행자에게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었다. 왜냐고? 칸쿤의 백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변 빽빽히 늘어선 호텔 중 하나의 로비를 통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투숙객에게 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원색의 팔찌를 채워 준다. 그 호텔 투숙객용 팔찌가 없으면?
우리같이 돈 없는 여행자 나부랭이가 바닷가로 들어서기 위해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경비원이 어디선가 잡상인(?)을 쫓아내기 위해 달려오기 때문이다. 우린 호텔을 바꿔가며, 경비원의 눈치를 보면서 5~6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칸쿤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들어간 칸쿤의 바다는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예뻤다. 비록 해변가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도록 가로막은 호텔들은 얄미웠지만 해안선를 따라 지그재그로 늘어선 호텔들과 해안선은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또한 한낮에는 에메랄드빛, 해질 무렵이면 점점 신비로운 보라색으로 바뀌는 바다색을 바라보며 왜 사람들이 “칸쿤, 칸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만약 내가 정신없는 결혼식을 막 끝내고 신혼여행으로 칸쿤을 왔더라면 세상 이런 낙원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칸쿤은 감히 넘을 수 없는 비싼 상술의 관광 도시였다. 다행히 그 상술이 용서될 수 있었던 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카리브해의 보석, 카리브해의 자존심, 칸쿤의 바다가 형언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테한 세계여행]은 ‘나디아(정민아)’와 ‘테츠(오재철)’가 함께 떠나는 느리고 여유로운 세계여행 이야기입니다. (협찬 / 오라클피부과, 대광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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