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효과'로 하반기부터 회복 … 내년 성장 3.6%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렸다. 엔저가 문제는 아니었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지난해 말보다 100억달러 오히려 늘렸다. 내수를 받치는 소비와 투자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가계빚도 내수 불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여서 달갑지만은 않다.
○KDI, “엔저보다 내수가 문제”
KDI는 이날 ‘201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에 냈던 예상치(3.0%)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보다는 높다. KDI 전망치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금리 인하 등 정책 효과를 감안한 것이어서 정부 시각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내다본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 0.3%포인트를 더하면 정부 예상치 2.6%와 거의 일치한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397억달러로 잡았다. 지난해 431억달러보다는 적지만 정부 예상치(290억달러)보다는 100억달러 이상 많다. KDI의 이번 경상수지 전망은 지난해 11월 전망(304억달러)보다도 긍정적이다. 엔화가치 하락 등 불리한 환율 조건 탓에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유가가 안정되고 수입금액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430억달러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굉장히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엔저로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 대외 수요가 늘면서 전체적인 수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덕이는 가계, 빚도 줄여
강 연구부장은 “성장률 하락 포인트는 (환율보다) 주로 내수에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2.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직전 전망치 2.7%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최근 소비심리 위축은 ‘가계빚 다이어트’까지 이끌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53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조3000억원 감소했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백화점·자동차사 등 판매회사에서 일시불이나 할부 등 외상으로 구매한 금액을 말한다. 1분기 판매신용 감소액은 카드사태 때인 2003년 3분기 6조1000억원 줄어든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 악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빚을 내서라도 쓰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과 비은행, 기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가계대출은 1분기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1분기(1조5000억원 증가) 이후 최소폭이다. 이에 따라 판매신용과 가계대출을 합한 1분기 가계 빚(가계신용)은 2조2000억원 감소했다. 2009년 1분기(-3조1000억원)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도 직전 전망치(5.3%)보다 낮은 2.8%로 내다봤다. 소비와 투자가 회복세에 돌입하는 것은 올해 하반기 이후로 점쳤다. 소비 역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상저하고’ 흐름을 타고, 내년엔 3.6%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김유미/서정환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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