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기현 "징벌적 손배제, 고의적일 땐 확대 적용해야"

입력 2013-05-23 17:10   수정 2013-05-24 02:50

여야 정책위 의장에게 듣는다

갑을관계 전반에 걸쳐 적용하는 것 바람직 안해
통상임금 문제는 실태 검증 먼저 이뤄져야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범죄 같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적용해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배상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맞다.”

김기현 새누리당 신임 정책위원회 의장(울산 남구을·사진)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갑을 관계 개선 차원에서 정치권이 입법을 추진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3~10배)의 확대 적용 방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국내법의 손해배상 기본 원리는 실제 손해난 금액을 초과해 배상할 수 없는 실손해 배상주의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의 악의적인 밀어내기 관행은 민사상 단순 계약위반이 아닌 범죄 행위로, 이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울산 지방법원) 출신인 그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행위에 국내 처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도한 정치인이다. 재선 시절인 2010년 중소 협력업체가 대기업의 기술탈취·유용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그 피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주목을 받았다. 김 의장은 “다만 갑을 관계 전반에 보편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계획적이고 고의적인지 등 적용 기준을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을 때) 임금 인상이 한꺼번에 이뤄지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법 규정이 이러니 해석상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은 입법부의 기본 도리가 아니다”며 “통상임금 체계 변화로 예상되는 비용 발생 등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실태 검증이 먼저 이뤄진 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6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선 입법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부당 내부거래로 과도하게 시장을 독과점해온 대기업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원칙을 해치는 불공정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선 법제화를 통해 제재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부적인 기준은 소관 상임위원회와 전문가들이 결정할 것이고 지도부는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 “10년 가까이 잠복돼 있다가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우리 사회의 권리 의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에 맞춰 정부와 정치권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합리적인 해결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위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정책위와 상임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6개 분야 정책조정위원회를 신설해 당정 실무협의 권한을 부여하고 각 정책조정위원회에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를 지닌 초선 의원들을 대거 배치해 정책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 신설키로 한 창조경제태스크포스(TF)와 관련,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도전적인 벤처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다음달부터 블루오션 분야를 개척하는 벤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입법과 예산 등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추가영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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