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협상은 승리 아닌 만족 위한 것

입력 2013-05-23 17:16   수정 2013-05-24 00:54

협상은 감정이다
최철규 김한솔 지음 / 쌤앤파커스 / 296쪽 / 1만5000원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구업체 이케아와 보수적인 드레스너뱅크 간의 제휴 협상은 금세 타결됐다. 협상장에 들어선 드레스너뱅크 측은 힙합풍의 옷을 입었고 이케아 측은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상대방을 배려한 옷차림은 벽을 쉽게 허물었다. 이게 바로 거울보기(미러링) 효과다.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상대를 선호한다. 적어도 닮으려는 노력은 상대의 호감을 얻는 첫걸음이다. 그것은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협상은 감정이다》는 풍부한 실례를 통해 성공적인 협상을 이끄는 방법을 제시한다. 싸우거나 다치지 않고 원하는 것을 기분 좋게 얻는 기술을 알려준다. 협상은 이기는 테크닉이 아니라 만족도를 함께 높여가는 전략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상의 상대는 조건이 아니라 사람이란 점이다. 상대방이 지닌 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조건을 얻는 식으로 접근하면 자칫 협박이나 기싸움으로 변질되기 쉽다. 겉으로 이겼다고 해도 후환이 발생한다. 2010년 이대호와 롯데구단의 연봉협상이 대표적이다. 각종 기록을 세운 이대호는 7억원을 요구했지만 롯데구단은 6억3000만원을 제시해 관철시켰다. 이듬해 이대호는 일본으로 떠났다.

저자는 이처럼 무조건 많이 얻어내려는 협상을 초보 수준인 ‘1.0 협상’이라고 부른다. 양측이 경제적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만 생각한다면 ‘2.0 협상’이며 상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감정을 만족시키는 것은 ‘3.0 협상’이라는 것이다.

연봉 3000달러를 달라던 아인슈타인에게 프린스턴대는 1만달러를 주고 평생 교수로 모셨다. 일류협상가는 승리는 넘기고 가치를 얻는 사람이다. 일류협상가는 또한 상대방이 만든 기준을 잘 활용한다. 간디는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대신 “영국인은 문명화된 사람들인데 무고한 인도인을 죽이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협상에 임하는 태도는 나라별로 약간 다르다. 미국인은 협상을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중국인은 ‘관계’를 중시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소인 후군자(先小人 後君子) 자세를 갖고 있다. 먼저 이익에 밝은 소인이 되고 나중에 의를 찾는 군자가 된다는 뜻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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