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서 돈 빌리는 재건축 조합

부동산 프리즘

서울시 저금리 융자 외면
"간부들, 상환 책임 회피"


최근 서울 고덕동의 A재건축 조합은 정비업체(용역컨설팅업체)로부터 조합 운영비를 조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서울시가 저금리의 ‘정비사업조합 운영비 융자제도(조합융자)’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비업체에서 운영 경비를 빌리겠다는 것이다. 조합 간부들이 사업 지연이나 중단에 따른 대출금 상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게 조합 안팎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2010년 말부터 조합 운영비를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융자해 주고 있다. 2010년 1건(승인 기준 3억2000만원)이었던 조합융자는 2011년 32건(134억원)과 지난해 15건(137억원) 등이었고, 올해도 2건(10억원)이 지원됐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 95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보통 조합은 시공사 선정 후 시공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조합융자금을 갚는다.

서울시 조합융자를 활용하면 신용대출 금리는 연 4.5%이고 담보대출은 연 3.0%로, 연 7.0%를 웃도는 정비업체보다 저렴하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서울시의 조합융자제도를 활용할 만하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서울시 대신 정비업체 자금을 쓰는 곳이 여전히 많다. 서울시가 지난해 초 조례로 ‘재건축·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때 토지 등 소유자가 대출한 조합 운영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무 규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조합장(조합추진위원장)과 조합 임원이 연대 책임을 지든지, 조합원 공동으로 부담하든지 조합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

조합 간부는 운영비 대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지기 싫어한다. 한 건설사 정비업체 담당 임원은 “조합 간부는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할 경우 돌아올 책임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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