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폭로시대의 기업경영과 역외탈세

입력 2013-05-23 17:38   수정 2013-05-23 23:42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한국인 명단 공개 파장이 일파만파다. 뉴스타파 측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피난처 고객 자료에 포함된 한국인 245명 중 일부만 공개했는데 미공개 리스트에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일가의 이름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당 기업과 기업인에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보유하거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의 합작 사업이나 기업 인수 합병 등을 하면서 절차가 간편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탈세나 비자금조성, 재산빼돌리기 등 불순한 의도로 악용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뉴스타파의 실명 공개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폭로식 명단 공개가 과연 옳은지는 좀 생각해볼 일이다. 위법 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닌데 무슨 범법자 리스트처럼 대중에 알리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국세청의 애매한 태도도 문제다. 국세청은 아직 역외탈세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명단이 공개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갈 움직임이다. 설사 탈세가 드러나더라도 국세청이 이처럼 정당하지 않은 루트로 습득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세금을 추징하는 게 타당한지도 논란거리다.

물론 탈세를 했다면 관련법에 따라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역외사건은 탈세인지 절세인지 애매한 경우도 많다. 애플 같은 다국적기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죄인 취급하거나 여론재판식 대응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정부가 역외탈세 조사 및 처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큰 이유도 바로 그래서다. 역외탈세 감시 및 적발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국제공조 역시 시급하다. 기업이나 기업인 역시 변해야 한다. 해외 재산은닉이나 비자금조성 같은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투명경영만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길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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