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플리는 더크 야거 전 CEO의 지휘 아래 주가가 반 토막 난 P&G를 2000년 넘겨받았다. 이후 ‘고객은 보스다’라는 구호 아래 P&G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팸퍼스 기저귀 등 강력한 새 브랜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개척했다. 고객 등 외부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개방형 연구개발(C&D)을 도입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2005년 570억달러를 들여 면도기 업체 질레트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도 여러 건 성사시켰다. 2009년 은퇴 후 P&G의 혁신 사례를 엮어 쓴 책 제목 ‘게임체인저’는 래플리 본인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지명한 후임자 맥도널드가 2009년 경영을 맡은 이후 P&G는 경쟁사 유니레버에 밀리는 등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신흥국 중산층 시장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갑이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하면서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소극적이었다. 실적 부진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쌓였다. 급기야 지난해 여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새 먹잇감으로 P&G를 골랐다. 그는 실적 개선이 없으면 맥도널드를 해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후 새 CEO 후보를 물색해온 P&G 이사회는 결국 ‘구관’을 택했다. 시장점유율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을 동시에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래플리뿐이라는 판단에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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