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말 터지면…달라진 '박근혜 화법'

입력 2013-05-24 17:16   수정 2013-05-25 01:36

단문단답 어법은 옛말 … 비유법 쓰며 '깨알' 지시
"국민들이 알겠나" 딱딱한 표현, 쉽게 설명도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오랜 정치활동 기간 말을 아끼는 정치인이었다. 필요한 말만 최소한으로 하고 대화도 주로 답문단답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말이 많아졌고 박 대통령만의 독특한 화법도 생겨났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할 일이 잦은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쉬운 표현을 좋아한다. 수석들이 어렵거나 딱딱한 표현을 쓰면 박 대통령이 곧바로 쉬운 표현으로 고쳐 다시 설명한다. 모 수석은 보고 자리에서 ‘창조경제 구현’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러자 “그건 좀 딱딱한 표현 아니냐”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멍석깔기로 표현하면 국민들에게 훨씬 잘 와닿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정책도 쉽게 풀어 설명해야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자주 강조한다”며 “평소 대화할 때도 수석들이 알아듣기 쉬운 말을 인용해주면서 어려운 표현을 본인만의 용어로 쉽게 풀어 설명해 알아듣기가 수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기초연금’에 대해 인수위원들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자 직접 “그렇게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알아듣겠느냐. 제가 한번 설명해보겠다”며 ‘강의’를 한 적도 있다.

비유법을 즐겨 사용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화법이다. 예컨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일자리 문제를 언급하며 “비유를 하나 들겠습니다. 소중한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다면…”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새 정부 국정목표인 국민행복을 설명할 때는 “국민행복이란 나무가 있는데, 우리가 노력도 하고 거름도 주고 했는데 이게 이파리가 자꾸 시들시들해요”라며 정책 하나를 펴더라도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는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면서 “이 부처는 빨강을 그리려고 하고 저 부처는 흰색을 그리려고 하는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분홍색이라면 빨강이나 흰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한번 말이 터지면 구체적인 각론까지 들어가 이른바 깨알 같은 지시를 쉬지 않고 쏟아내는 것도 특징이다. 한 비서관은 “당 대표 시절에는 총론적 사항만 간결하게 지시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정책 분야에 대해 각론까지 파고들어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문사항을 내놓는다”며 “이를 위해 회의 전에 철저히 예습해온다”고 말했다.

예컨대 박 대통령이 매주 월요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쏟아내는 깨알 같은 지시는 주말 내내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물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선비회의’로 불리는 선임 비서관회의에서 다음주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안건을 정해 보고초안을 대통령에게 올리면 그걸 갖고 주말에 관저에서 철저히 예습하며 지시사항을 준비해 회의 때 쏟아낸다는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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