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농협…구조개혁 원점으로 돌아가나

입력 2013-05-24 17:17   수정 2013-05-24 23:02

농협 경영진 일괄 사퇴

1년만에 줄사퇴…권력 다툼설도
경제 사업활성화도 난관 봉착




농협중앙회 임원의 일괄사퇴는 50여년 농협 역사에서 한번 있었다. 경제·금융사업을 분리해 새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농업경제 대표 등 네 명이 사임했다. 당시엔 새로운 조직을 위해 자리를 비워준다는 의미가 컸다. 하지만 최근 농협 임원의 ‘줄사표’는 사업구조 개편이 한창인 상황에서 다소 ‘뜬금없이’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권력다툼설’ 등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퇴 이유가 무엇이든, 나랏돈 5조원을 들인 농협 구조개혁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구조개편 1년 만에 줄사퇴

24일 사퇴한 윤종일 농협중앙회 전무와 김수공 농업경제 대표, 최종현 상호금융 대표, 이부근 조합 감사위원장은 올해 말까지가 임기였다. 지난해 3월 농협이 지주회사 체제로 출발한 뒤, 각 분야에서 사업 구조개편을 이끌어온 핵심인물들이었다. 지난 15일엔 신동규 금융지주 회장이 사임했고, 이성희 감사위원장은 다음달 말 임기가 끝난다. 9명의 최고경영진 가운데 6명이 비게 된다. 최원병 중앙회장과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 신충식 농협은행장만 남는다.

앞서 신동규 회장이 사퇴할 때 다른 임원진의 사임도 시간문제란 얘기가 많았다.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전산 사고와 경영 부진이 겹치자 임원들이 일괄 사퇴를 이미 내부적으로 밝힌 상태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 대한 임원진의 집단반발 때문이란 설도 있다. 앞서 신동규 회장은 중앙회장의 경영 간섭을 견딜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MB(이명박) 인사로 불리는 최 회장이 최근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임원진을 교체했다는 설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져보인다”며 “그보다는 경영 문제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사업 활성화 사업도 암초

사업구조 개편이 본격화한 올초부터 농협은 여러가지 악재에 부딪혔다. 연이은 전산마비 사태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은 게 신호탄이었다. 최근 신동규 회장의 사임으로 불거진 경제지주-중앙회와의 영역 다툼도 내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리더십에 한계를 느낀 경영진으로선 조직분위기 쇄신이 시급한 문제였다”며 “이번 사퇴는 분위기를 다시 추스리자는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원활하지 않았던 사업구조 개편도 문제였다. 중앙회는 정부와 약속한 ‘경제사업활성화 계획’에 따라 올해 대규모 투자에 착수한 상태였다. 청과물유통센터 건립, 식품회사 인수 등이 대표적이었다.

2015년까지 양곡 등 각 사업분야를 자회사로 이관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자회사를 따로따로 만들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사업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심’도 실무진 위주로 제기됐다.

설상가상으로 중앙회는 경제자회사로 사업을 이관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가량(국회 추산)의 법인세 등을 물게 됐다. 농협법상 출자 제한에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앙회와 농식품부는 농협의 투자계획을 세부조정하고 있다. 과잉투자할 경우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있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퇴는 혼란스러운 농협의 전략을 재조정하는 계기가 되거나, 오히려 논란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한편 농협금융지주는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의 후임 인선 절차에 이날 착수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1명, 농협금융 이사회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 2명, 농협금융 사외이사 2명 등 모두 5명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했다. 오는 27일 첫 회의를 열어 회추위원장을 선임하고 차기 회장 후보 선임 기준과 절차 및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유미/김일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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