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교수 "부끄럼 모르는 日 망동은 교육부족 때문"

입력 2013-05-24 17:18   수정 2013-05-25 15:09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교수 에스파냐 편 완간 기념 특강

"32년만의 완간보다 중요한 얘기 따로있다"

日 국민들 아베에 열광하지만 우익들의 단기처방 오래 못가



“일본과 독일, 두 나라 국민들의 생각에 깔려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전범이란 단어입니다. 그런데 독일은 ‘우린 전범이다’고 말하지만 일본은 ‘우리가 전범인가’라는 물음표를 답니다. ‘전쟁에 졌으니까 그러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들을 잠재의식에 깔고 있어요. 여기서 극우 발언들이 나오는 거죠.”

외국의 역사·사회·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며 1700만부 이상 팔려나간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저자 이원복 동덕여대 석좌교수(사진). 그가 최근 에스파냐 편을 마지막으로 완간했다. 1981년 만화 연재를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이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동국대에서 완간을 기념한 특강에 나섰으나 당초 예정됐던 에스파냐 얘기를 제쳐두고 역사의식과 역사교육이란 주제로 일본 극우정치인의 망언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 역사보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망언을 쏟아내는 배경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일본을 독일과 비교하며 같은 전쟁 범죄에 대해 두 나라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지리적 문제로 해석했다. “일본은 섬으로 고립된 역사를 갖고 있는 반면 독일은 교통국가라고 불릴 만큼 유럽의 중심에 있어 공존의 역사를 지닌 것이 가장 큰 차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불황으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엔저를 이용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처럼 보이자 일본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의회의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뒤 평화헌법을 고치고 군대를 갖겠다는 게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속셈”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다른 나라를 자극하는 이유는 일본 전후 세대가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만주 침략이 있었던 1931년부터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1945년까지의 역사를 일본은 애써 무시하고 역사 교육에서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도 그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주변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화해하며 공동 역사교과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역사의식 문제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남의 나라 역사 교육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후회할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만 우익 정치인들의 단기 처방도 곧 효과를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중·일 모두 역사를 있는 그대로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엔 동국대생과 일반인 등 200여명이 참석해 이 교수의 역사 강의를 들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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