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브런치·청담동 메이크업…서울여자 체험코스 인기

입력 2013-05-26 14:39  

일본인 관광객 2030을 모셔라


하루에도 수십 편의 비행기가 이착륙을 거듭하는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엔 유난히 여심(女心)을 사로잡는 비행기가 있다. 비행기 외장에서부터 내부 인테리어, 승무원 유니폼, 그리고 기내에서 파는 담요, 곰돌이 인형까지 복숭아를 대표 이미지로 하는 핑크색 일색인 이 비행기! 장난감 같은 이미지를 창조하여 여심을 공략하는 일본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인 ‘피치항공’(사진)이다.

피치항공의 인기 요인은 오사카~서울 노선의 편도 항공료가 최저 2980엔(약 3만5000원) 정도로 싼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전 7시45분에 간사이를 출발해 오후 6시40분 비행기로 돌아오는, 정말 말 그대로 “냉면 점심 먹으러 한국 좀 다녀올게”가 가능해진 점이다. 저렴하고도 ‘일상적’인 이런 여행이 늘 시간에 쫓기는 여성 사무직들,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대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탑승객의 60~70%가 20~30대 여성이다 보니 기내 풍경은 마치 여대생들의 단체 졸업여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텅 빈 여행용 가방 하나만 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들의 주목적은 한국 음식 즐기기와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쇼핑이다. 어젯밤 TV에서 본 걸그룹이 입고 나온 의상과 화장법을 체크해서 이른바 ‘한류미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한국에 체류하는 하루 동안 1분 1초 단위로 이뤄진다. 저렴한 항공료와 무박으로 절약한 여행비용이 고스란히 자신만을 위해 투자되는 것이다.

2003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 붐이 일본에서 40대 이상 여성들의 드라마 촬영지 여행으로 이어졌던 반면 최근의 K팝 붐은 2~30대 젊은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한국 여행 또한 ‘관광’이 아닌 ‘한국인처럼 즐기기’를 추구한다. 최근 한·일 관계 경색이나 북한 관련 전쟁 위협 때문에 일본인 방한객이 감소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런 정치역사적인 요인들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렇듯 방한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녀들의 눈높이에 부합한 방한 상품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령 ‘서울 여인 휴일체험 상품’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브런치를 즐긴 뒤 K팝 스타들이 즐겨 찾는 메이크업 숍에 가서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을 받고, 아울렛에서 쇼핑을 한 뒤 북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고, 밤이 되면 홍대클럽을 만끽하는 코스다. K팝 커버댄스 체험 상품, 한류 메이크업 강습 상품, 스튜어디스 체험 상품 또한 여심을 공략하는 대표 상품이다. 또한 지난 4월 출시 이후 2개월 새 600여명의 간사이 지역 여성들을 서울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공주님 서울’은 여행에 관심 있는 20대 일반 여성과 서울통인 파워블로거, 서울의 여대생들로 구성된 6명의 여성 프로젝트팀이 직접 만든 코스다. 사주카페, 한의원에스테, 막걸리바에서의 파티 등 그야말로 여심을 채워주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상품’이기에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조금은 식상한 표현의 나라 일본. 도쿄에 이어 오사카까지 두 번의 일본 지사 생활을 포함, 올해로 13년째 일본 관광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필자로서 요즘처럼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었던 듯하다. 350만명이 한국을 찾을 만큼 가까운 나라로 느껴졌던 작년이었건만, 요즘은 너무나 먼 나라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즈음에 우리는 ‘흔들리는 여심’에서 희망을 엿본다.

갈대처럼 흔들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성들의 민감한 트렌드를 발 빠르게 읽고, 새로운 테마를 선도적으로 제시하여 식상하지 않게 하는 노력이 너무나 필요해 보인다.

송은경 < (한국관광공사 오사카 지사)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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