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한반도 긴장완화 조치 나오기 힘들다"
북한이 경제 발전·핵 개발 병진노선을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은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최용해 북한 인민국 총정치국장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한데 대해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북한이 최용해의 특사 방중을 통해 복귀 의사를 밝힌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다.
○“실명 거론 통해 핵 의지 재확인”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북한의 핵·경제 발전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비난했다. ‘무엄한 망발’ ‘악랄한 흉심’ ‘요사스런 언행’ ‘악담질’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북한은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청와대 안주인’ ‘독기 어린 치맛바람’ 등으로 지칭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 앞에서는 평화로운 외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 실명 비판을 통해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의 대북 강경 발언으로 동요하고 있는 북한 내부에 여전히 중국과의 동맹이 공고하다는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핵 개발을 놓고 중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한 달 넘게 직접적 비난을 하지않다가 2008년 4월1일 노동신문에서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대북정책을 비판한 후 좀처럼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박 대통령의 실명 비판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내달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고비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한국과 미국 등 당사국들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언급하면서 조속한 6자회담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북한은 국제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도발과 보상’을 반복해온 북핵 20년의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북한의 특사 외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하겠다는 자세는 환영할 만하지만 핵무기 포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최용해가 6자회담이 아닌 ‘6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을 통해 대화한다고 했다”며 “그가 말한 형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북한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달 예정된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유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새판짜기의 마무리 단계”라며 “한·중 간 공조체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율적인 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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