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토피아는 1992년에 설립된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국내 최초의 선진국형 세탁 전문 브랜드로, 동네 세탁소에서 기업형 세탁 전문점 중심으로 국내 세탁 문화를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세탁비의 70%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 분배 컨베이어 시스템과 본사-지사-대리점을 잇는 온라인 시스템은 기업형 세탁전문점이 없었던 국내에서 세탁편의점이란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힘이 됐다.
크린토피아는 싱글족 및 맞벌이 부부 증가라는 트렌드 변화에 맞춰 일본 미국 등 세탁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코인(동전)세탁’의 장점과 기존 세탁편의점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세탁멀티숍’을 선보이며 생활문화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년 연속 우수 프랜차이즈
현재 크린토피아 본사와 지사, 가맹점, 협력업체 등에는 5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편리함이란 선물을 던져주는 것 외에 사회적으로도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는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에서 우수 프랜차이즈로 선정됐다. ‘가맹점에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는 우수한 시스템’이란 평가를 국가가 내린 셈이다. 더불어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함으로써 프랜차이즈 기업의 모범 사례가 됐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크린토피아는 전국에 120여개 지사와 1900여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1992년 이후 21년간 세탁 프랜차이즈 사업이란 한우물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원칙은 가맹점과의 소통과 상생이다. 사업 초기부터 ‘러닝 로열티’ 제도를 시행, 가맹점의 로열티 및 광고비 분담을 특징으로 하는 선진국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드 수수료도 본사가 지원
본사의 매출 원천이 바로 로열티이다.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가 인테리어 비용과 식자재 등을 판매하면서 추가 수익을 올리지만 크린토피아는 로열티 수익만 매출의 1.5% 수준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로열티 수익만으로 경영하려면 어려운 점도 있지만, 본사와 가맹점이 장기적으로 함께 윈윈하고 롱런하기 위해 이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크린토피아는 업계에서는 드물게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카드수수료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카드 결제를 적극적으로 받음으로써 고객도 늘리고 가맹점 부담도 줄여주자는 취지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를 개선할 때에도 비용의 일부를 본사가 지원해 가맹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가맹점의 노후한 인테리어를 교체하거나 더 좋은 상권으로 이전할 때 본사가 80여건에 걸쳐 총 1억3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가맹점 지원용도로 지출했다. 이 밖에 임대료 193건(약 1억원)과 가맹점 판촉물 14건(약 720만원)도 본사가 비용을 지원했다
브랜드 홍보는 물론 본사 몫이다. TV광고, 신문광고, 포스터, 현수막, 온라인 홍보, 사은품 등 모든 광고홍보 및 판촉 비용을 본사나 지사에서 부담한다. 가맹점은 영업과 매출관리만 신경 쓰면 되는 구조다. 담당지역 가맹점 매출에 따라 본사 영업사원에게 주어지는 수당제도는 가맹점 매출 증대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마련되는 가맹점 교육과 간담회에서 제안된 내용은 본사 정책에 반영해 가맹점주의 매출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창업 후 3개월이 되지 않은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는 정기적으로 열린다. 신규 점주들은 이 자리에서 멘토 점주 및 슈퍼바이저 등으로부터 효과적인 매장 운영, 섬유 및 세탁 상식, 고객 응대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본사는 모든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상·하반기 정기소집 교육을 실시하며 특성화 및 온라인 교육 등으로 가맹점 사정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뷰 - 이범돈 크린토피아 사장 "세탁멀티숍 경쟁력에 가맹점 확대 탄력"
“세탁멀티숍은 기존의 세탁편의점과 코인(동전)세탁점을 결합한 매장입니다. 코인세탁점은 집에서 세탁하기 힘든 대형 침구류, 이불, 커튼 등을 물세탁할 수 있는 곳이죠. 이 두 가지 콘셉트의 매장을 결합하면 세탁편의점 단일 매장보다 2배 이상 순이익이 높아집니다. 2009년 6월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폐점률이 0%일 만큼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춘 것이 장점입니다.”
이범돈 크린토피아 사장(사진)은 “세탁멀티숍의 강점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맹점 확대에 탄력이 붙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세탁서비스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에 대해 “세탁 프랜차이즈가 활성화되려면 본사와 지사, 지사와 가맹점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공고히 구축돼야 한다”며 “네트워크를 공고히 구축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 아무나 세탁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기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집 근처 가맹점에 세탁물을 맡기면 해당 지역의 거점이 되는 지사에서 세탁물을 수거, 세탁한 후 다시 가맹점으로 배달을 해주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세탁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이 사장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코인세탁기 사용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며 “싱글족 비율이 많은 데다 일반 가정집에도 세탁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한국과는 세탁문화가 많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주로 한가한 시간대에 세탁을 하러 와서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독서를 하거나 옆 사람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한국인들은 기다리는 것을 따분해 하고 낯선 사람과 대화를 잘 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차이점에 착안,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직원이 세탁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대행서비스 이용률이 70~8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그는 말했다.
세탁 프랜차이즈 사업이 초기부터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초기 8년간은 적자 행진을 지속할 정도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이 사장은 “가맹본부가 사업 초기부터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기는 힘든 법인데, 본사에서는 가맹점 수가 적더라도 광고를 위한 마케팅 비용은 똑같이 지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스템 구축과 시설을 들이는 데도 많은 투자가 필요해 초기에는 악전고투 했지만 가맹점과 지사가 증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니까 서서히 손익분기점을 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린토피아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다. 그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묻자 이 사장은 로열티 제도의 장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주로 인테리어와 자재 등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크린토피아는 매출에 대한 로열티 수익만 받고 있습니다.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노력해서 매출을 올리고 이에 대한 러닝 로열티를 받는 거지요. 선진국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하는 방식이 바로 이런 겁니다. 본사가 가맹점에서 받는 로열티는 매출의 1.5%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로열티 수입만으로 경영이 어렵지만, 가맹점이 대폭 늘면서 본사 경영은 안정권에 접어드는 것이지요.”
실제 개인이 세탁서비스 가맹점을 하기 위해서는 창업비가 얼마나 드는지 물어봤다. 그는 “점포 임차비용을 제외하고 세탁편의점은 16.5㎡ 기준으로 약 1500만원, 세탁멀티숍은 49.5㎡ 기준으로 약 8900만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세탁편의점은 소자본 창업을 희망하는 퇴직자 외에 주부들도 해볼 만한 사업이며 세탁멀티숍은 세탁편의점과 코인세탁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므로 부부 둘이서 운영하면 좋은 아이템이라고 이 사장은 조언했다. 이 사장은 본사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는 녹색어머니 세탁 지원, 깨끗한 교복 물려주기 캠페인 등을 통해 교복 무료세탁을 지원함으로써 서민가계 부담을 줄이고 기부와 나눔의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탁멀티숍 경쟁력 -1인가구 시대 맞춰 세탁편의점·코인세탁 장점 결합
세탁멀티숍은 세탁물을 수거하고, 돌려주는 기능을 주로 하는 세탁편의점과 소비자 스스로 세탁기를 돌리는 ‘코인(동전)세탁’의 장점을 합친 매장이다. 세탁멀티숍의 발달은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결혼을 늦추고 혼자 독립해 사는 싱글족, 자취·하숙을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와 노인 1인 가구도 만만치 않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좁은 거주공간에서 자리만 크게 차지하는 큰 가전은 모두 소형가전으로 바뀌었고, 식품은 1인용 소포장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바쁜 직장 생활 중 가사노동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는 대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생활 토털서비스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 일상적인 세탁물도 세탁 전문점에 맡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탁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크린토피아가 세탁멀티숍을 내놓은 것도 이런 트렌드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세탁멀티숍은 가맹점에서 세탁물을 접수해 지사에서 전문 세탁하는 세탁편의점과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코인세탁의 장점을 결합한 토털 세탁 공간이다. 두 가지 매장 콘셉트를 결합함으로써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세탁물과 물세탁을 하는 세탁물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구비, 가정용 세탁기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대형 침구류, 카펫, 커튼 등을 세탁에서 건조까지 5000~7500원의 비용으로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여기에다 수선서비스도 선택할 수 있어 세탁에서 건조, 수선까지 전반적인 의류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직장일로 바쁜 싱글족과 맞벌이 부부, 워킹맘이 세탁기 앞에서 1~2시간씩 기다리지 않고 출근할 때 맡겼다가 퇴근하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세탁 대행서비스’도 인기다. 대행비를 추가로 지급하면 세탁멀티숍 점주가 건조 후 정리해 포장까지 해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퇴근 때 세탁물을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추가적인 수익이 생겨 가맹점주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소규모 미용실, 유니폼을 착용하는 회사, 어린이집 등 대량 세탁을 필요로 하는 곳을 대상으로 맞춤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 세탁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코인세탁의 수요를 단체세탁으로 넓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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