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차'가 나가신다…길을 비켜라~♬

입력 2013-05-27 15:35  

수입차시장 몰려오는 소형차



“주한 외국대사라고 대형 고급세단만 타야 된다는 법 있나요?”

세르지오 메르쿠리 주한 이탈리아대사는 지난달 공관용 차량으로 1400㏄ 소형차 피아트 500(친퀘첸토)를 구입했다. 국내 등록된 재외공관차 중 가장 작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파견된 외교사절 중 공관용 차량으로 소형차를 구입한 경우는 한번도 없다. 메르쿠리 대사는 “소형차가 보편화된 유럽에서는 외교사절들도 경제적이고 기동성이 좋은 소형차를 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대사의 소형차 사랑

의전차로 현대차 제네시스를 탔던 메르쿠리 대사가 차를 바꾼 이유는 올초 자국 브랜드 피아트가 국내에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사관 직원용으로 지붕이 열리지 않는 기본 모델인 피아트500도 구입했다. 지난달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도 아내와 함께 이 차를 타고 등장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자동차를 방방곡곡에 알리려면 행사 때마다 열심히 타고 다녀야한다”는 게 그의 홍보전략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제조업을 지탱하던 자동차 회사마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979년 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메르쿠리 대사는 “위기에 처한 피아트에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피아트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자동차 회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114년간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썼고 이탈리아를 디자인 강국으로 만들었죠. 제 첫 차도 피아트였습니다. 의리를 지키는 셈이라고 할까요.”

소형차는 불편하지 않을까? 그는 “운전해보면 작지 않다”고 했다. “좁은 골목길도 문제 없고 주차도 쉬운 최고의 도심형 자동차입니다. 독특한 스타일과 감성을 지닌 매력적인 모델이에요.”

그는 수입차에 대한 인식 전환도 당부했다. “피아트를 비롯한 수입차를 국산차에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입차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한국산 부품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한국 산업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수입차도 외국의 음식, 영화처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주세요.”

◆수입차 시장 ‘▽→◇→△’ 하체비만형으로

최근 들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소형차 중심의 하체비만형으로 변하고 있다. 배기량 2000~3000㏄ 중대형차 중심의 다이아몬드(◇) 구조에서 중소형차가 많아지는 피라미드형(△)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4월 판매된 수입차 약 4만8300대 중 2000㏄ 미만 중소형차는 2만5800여대로 53.5%를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1만8900여대)보다 36.6% 증가했고 점유율도 6.3%포인트 늘었다. 올초 1400㏄ 가솔린 엔진을 얹은 피아트 500(친퀘첸토), 미니 페이스맨 등 소형차가 잇달아 출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폭스바겐코리아가 1600㏄급 디젤 엔진을 얹은 소형차 ‘폴로’를 투입했다.

하반기에도 수입 소형차가 줄줄이 출시된다. 닛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크, 메르세데스 벤츠 A클래스, 폭스바겐 골프, 미니 존쿠퍼웍스(JCW)가 대기 중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 고객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하지만 점차 성능과 연비, 디자인을 중시하는 추세”라며 “유지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의 국산 중형차에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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