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로 궂은 날씨를 예측하는 것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등을 이용해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김도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팀은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와 공동으로 국내 첫 자살 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약 1억5000만건에 달하는 SNS 기반의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자료와 그동안 자살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일조량, 기온, 유명인 자살(베르테르 효과) 등의 요인을 종합분석해 얼마나 자살 발생이 높을지를 가늠한다.
연구팀은 2008년 1월1일부터 2009년 12월31일까지 국가 자살 통계와 SNS상에서 자살이나 자살 관련 단어의 빈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두 자료 간 상관 관계를 규명했다. 이어 예전에 알려진 사회, 경제, 기후 지표들에 대한 분석을 이에 결합시켜 자살 발생률 예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예컨대 국내에서 자살률이 높아질 때 SNS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용어는 ‘힘들다’와 ‘자살’ 등이었다. 이들 단어가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에서는 ‘힘들어 죽겠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등의 용어로 표현되는 식이다. 이 기간 웹로그 분석 자료를 보면 탤런트 최진실, 노무현 전 대통령, 탤런트 장자연, 탤런트 최진영 등 유명인의 자살 후 1~2개월 정도는 ‘자살’이나 ‘힘들다’는 용어가 SNS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자살예측시스템의 정확도는 79%에 달했다. 김 교수는 “기후 변화에 따라 황사·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는 것처럼 자살 예측도가 높게 나오는 시기에는 ‘자살주의보’ ‘자살경보’와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자살률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별도의 자살 예방사이트를 구축해 하루나 1주일 단위로 자살 위험도를 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됐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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